
세종시가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경제 자족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상호 시장은 취임 이후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 유치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를 넘어 경제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첨단기업 유치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기업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세종시가 내세울 경쟁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시가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의 현 특례가 종료되면 지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공업용수와 전력 인프라 확보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생산 기반에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 화려한 비전보다 현실적인 투자 여건을 먼저 살핀다. 분양가는 적정한지, 공장을 가동할 전력과 용수는 충분한지, 물류와 인허가는 원활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투자설명회나 협약식만으로 기업을 붙잡을 수 없다.
세종시는 과거 산업용수 확보 문제로 대규모 투자 유치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지자체들이 산단 조성과 전력·용수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면 세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용수 확보는 광역상수도 연계, 취수원 확보, 환경영향 검토, 예산 확보 등 수년이 걸리는 대형 사업이다. 기업이 들어오기로 결정한 뒤 준비하면 늦다.
기업 유치는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여건 경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유치 실적이 아니라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를 차근차근 갖추는 일이다.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안정적 용수와 전력 공급 계획,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 조성까지 종합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제도시는 선언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세종이라서 투자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것이 민선 5기 세종시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