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학교는 김태연 화학과 연구팀이 연세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식물의 전기에너지 생산 과정(광합성)이나 차세대 분자 반도체 소자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전하(전기를 띤 입자) 분리 및 이동'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화학적 원리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나노 및 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달 17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자연계의 식물은 태양광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 때 내부에서 전하를 신속하게 분리하고 이동시킨다. 현대 과학계는 이를 모방해 인공광합성 시스템이나 유기 태양전지 같은 차세대 에너지 소자를 개발하고자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전자 수용체 특성이 우수한 '페릴렌 비스이미드(PBI)'라는 유기 반도체 분자를 촘촘하게 쌓아 올린 분자 집합체 구조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았으나, 분자들이 뭉쳐 있는 복잡한 환경 탓에 주변 환경이 전하 이동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정확히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분자가 쌓여 있는 나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그 분자들을 둘러싼 용매(액체)의 극성만 선택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독자적인 PBI 분자 집합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집합체에 1000조분의 1초(펨토초) 단위로 빛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초고속 레이저 분광 기술을 적용하고, 컴퓨터 양자화학 계산으로 그 결과를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전하가 이동하는 방식 자체가 주변 용매의 성질에 따라 완전히 뒤바뀌는 현상(이른바'메커니즘 크로스오버')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기름처럼 극성이 낮은 용매에서는 분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을 이용해 벽을 뚫고 지나가는 '양자 역학적 터널링' 현상(준고전적 영역)이 전하 이동을 주도했다. 반면 물이나 알코올처럼 극성이 높은 용매 환경에서는 주변 용매 분자들의 집단적인 요동(고전적 영역)에 의해 전하 이동이 제어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태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분자 집합체 내부에서 구조적 왜곡 없이 유전 환경만의 영향을 분리해 내 전하 이동의 근본 원리를 밝힌 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유기 태양전지, 인공광합성 시스템 등 친환경 미래 에너지 소자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홀리스틱(통합적) 분자 설계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