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태양광 발전설비의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최대 200m로 제한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조례로 200m를 넘는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없도록 국가 차원의 상한을 마련했다. 도로를 기준으로 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도 없앤다. 지역마다 제각각인 규제를 정비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부지를 넓히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9월 18일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129곳이 자체 조례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를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은 100~1000m, 풍력은 100~2000m로 지역별 편차가 크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가 발전사업자의 인허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재생에너지 입지를 제약한다고 판단했다.
개정 시행령은 태양광 발전설비와 주거지역 간 이격거리 상한을 200m로 정했다. 주택 최소 5호 이상이 기준이다. 지방정부는 200m 이내에서 지역 여건에 따라 이격거리를 정할 수 있다. 이미 100m나 150m를 적용하는 곳은 조례를 유지할 수 있지만 300m, 500m, 1000m 등 200m를 초과하는 곳은 200m 이내로 낮춰야 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정한 것은 상한”이라며 “200m 이내인 100m나 150m를 두고 있으면 개정할 필요가 없고, 200m를 초과하면 200m 이내로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도로 이격거리 규제는 폐지한다. 당초 입법예고안에서는 도로로부터 100m를 떨어뜨리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재입법예고 과정에서 삭제됐다. 정부는 도로 이격거리가 안전이나 주민 수용성과 직접 연관된 규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국가 상한을 도입한 목적은 재생에너지 발전부지를 확대하는 데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격거리 규제 때문에 재생에너지 입지 잠재량이 많이 줄어 있는 상태”라며 “상한을 규정해 입지를 넓히고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는 땅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풍력은 주거지역에서 최대 1500m, 도로에서 최대 500m 범위로 상한을 정했다. 안전성을 고려해 발전설비 높이의 2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하한으로 뒀다. 주민참여형 발전설비와 지붕형·자가소비용 태양광에는 이격거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제도 마련 과정에서는 주민·농민 측의 이격거리 확대 요구와 발전사업자 측의 규제 완화 요구가 맞섰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주민 수용성,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기준보다 강한 규제를 운영하는 지방정부는 법 시행일인 9월 18일 이전까지 조례를 손질해야 한다. 기후부는 전국 기초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조례 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경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지역마다 달랐던 이격거리에 국가 차원의 상한을 정해 재생에너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주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