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미래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해 국산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과거 다수 기관에 연구개발비를 분산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집중 지원해 임상 3상과 품목허가까지 완주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mRNA 백신 국내 기술 개발 현황과 계획'을 주제로 기자단 아카데미를 열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mRNA 백신 개발 사업의 목표는 연구실에서 논문이나 특허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국민에게 공급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국비 3379억원과 민간 1673억원 등 총 5052억원을 투입해 비임상부터 임상 3상, 품목허가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8년까지 코로나19 mRNA 백신의 품목허가 확보를 목표로 한다.
mRNA 백신은 팬데믹이 발생하면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에 맞춰 항원만 교체해 신속하게 백신 개발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감염병 발생 후 100일 또는 200일 이내에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질병청은 신종 감염병 발생 전 우선순위 감염병을 선정하고 백신 시제품과 핵심 플랫폼을 사전에 확보할 계획이다.
김미영 mRNA 백신 개발지원과 과장은 “이번 사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mRNA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집중 지원해 허가까지 이어지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이날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신청해 같은 해 12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내년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하고 2028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생산 인프라도 구축했다. GC녹십자는 전남 화순공장에 mRNA 백신 전용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확보하고 세포뱅크와 플라스미드 DNA 생산부터 mRNA 합성, 지질나노입자(LNP) 제형화, 완제 충전까지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연간 최대 1억 도즈까지 생산할 수 있다.
신윤철 GC녹십자 개발본부 팀장은 “정부의 신속한 지원 체계와 연구개발,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2년 만에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서 “민관 협력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비엠아이도 자체 m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나섰다. 메디치바이오·아이진·마이크로유니와 '금메달 백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가증폭RNA(saRNA) 플랫폼과 신규 이온화지질 전달체를 개발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새로운 변이주나 신종감염병 항원이 확인되면 후보 항원 서열 확정부터 동물실험 기반 면역원성 비교까지 약 10주 안에 마칠 수 있는 백신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강태진 한국비엠아이 이사는 “mRNA 생산 원가의 45~55%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원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팬데믹이 발생하면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국내 기술로 주요 원료와 전달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RNA 플랫폼의 활용 범위도 코로나19를 넘어 다른 감염병으로 확대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우선순위 감염병 대유행 대비 신속개발기술 구축 지원사업으로 한타바이러스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고려대 백신혁신센터 연구팀이 아이진·메디치바이오와 함께 자가증폭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다. 한타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의 공통항원을 활용해 국내 주요 혈청형에 대한 방어 범위를 확대한다. 사업은 올해 4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26억원 규모로 실시한다.

질병청은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후보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mRNA 플랫폼을 국가 차원의 팬데믹 대응 자산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은 국산 mRNA 플랫폼 구축의 시작”이라며 “국립보건연구원과 민간 기업이 협력해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mRNA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