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미국을 긴급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8월 말, 9월 초 정도에 발표할 생각이었는데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한 쟁점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어떻게 해서든 8월 말 목표로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방미 목적을 설명했다.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 이후 불과 3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은 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의 대미투자 이행 압박 속에 통상교섭본부장의 갑작스러운 경질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이뤄진 예정에 없던 출장이다. 이에 배경과 막판 쟁점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이뤘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됐고, 남은 2000억달러의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정부는 연내 1호 프로젝트 선정을 목표로 조율해왔다. 김 장관은 복합화력발전 분야의 1호 지정 가능성에 대해 “당초 이야기했던 대로 상황을 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대미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관세를 올릴 것'이라며 압박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압박을 받은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외교부 장관보다 앞서 김 장관을 만난 것도 압박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김 장관은 “투자 속도를 내자는 것은 금년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도 말해왔던 것이고, 1년이 지나가고 있어 우리도 속도를 내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관세 '15% 상한선' 방어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이달 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15% 상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강제노동 관세 부과 과정에서 양국 합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이미 이야기했다”며 “예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과잉생산 조사 발표 시점과 관련해선 “미국이 당초 8월 말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권면직된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질을 미 행정부에 직접 설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임명권자의 권한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통상 공백 우려에 대해서도 “(협상은)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이 하는 것”이라며 “통상차관보 등이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