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설비 접는 알뜰폰, 풀MVNO 동력 꺼질라

KCT, HLR 설비 폐지 검토
가입자 저조·유지보수 부담
업계 “정부 지원 구체화해야”

알뜰폰 스퀘어.
알뜰폰 스퀘어.

정부가 자체 설비를 갖춘 독립형 알뜰폰(풀MVNO) 출현을 겨냥해 파격적인 육성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아 있던 설비보유 사업자 한국케이블텔레콤(KCT)마저 설비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티플러스를 운영하는 KCT는 가입자위치등록장치(HLR) 운영을 중단하고 단순 재판매 모델만 남기는 내용의 사업 재편을 검토 중이다.

해당 설비로 관리하는 회선이 3세대(3G) 이동통신에 그치는 데다, 가입자 수도 저조해 유지보수를 감당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설비 내구연한이 도래한 만큼 재투자 대신 폐기로 가닥을 잡았다.

KCT는 영업전산과 HLR을 별도로 구축한 유일한 알뜰폰 사업자였다. HLR은 가입자 위치 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이통사에 요청 절차 없이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필수 설비로 꼽힌다.

3G 잔존 회선을 위해 전용 설비를 유지하는 구조를 감당할 수 없고, LTE·5G 전환도 부담이 된다는 게 KCT의 판단이다. HLR 회선의 경우 통신망에서 별도 사업자로 취급돼 국제로밍도 해외 사업자와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점도 난맥으로 꼽혔다.

태광 관계자는 “구형 HLR 설비 유지에 대한 실질 효용이나 비용을 검토한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사업을 매각한 세종텔레콤에 이어 KCT마저 설비를 폐지하면 풀MVNO로 키워나갈 조건을 갖춘 설비 보유MVNO는 시장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서는 풀MVNO로 이통 시장에 메기를 풀어넣고자 했던 정책의 동력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풀MVNO에게 파격적 혜택을 몰아주겠다며 도매대가 차등 적용과 부분MVNO·독립형 MVNO 등 법적 정의를 마련하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풀MVNO 추진력 약화는 정부의 정책 실기보다는 알뜰폰 시장 자체의 '영세화'가 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KCT, 세종텔레콤 등이 독자 설비를 기반으로 자체 상품 등에 도전했지만, 시장은 이동통신사 상품을 도매로 받아 이통사 판매장려금을 기반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중소사업자 위주로 형성됐다. 중소 알뜰폰이 사실상 재판매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CT·세종 등 중급 규모 사업자가 설비를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혁신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결국 이통사에 맞설 정도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해야 초기 투자부담을 감수하며 독자요금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대기업 등이 진입해 장기 설비 투자가 가능하도록 알뜰폰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 과제로 손꼽힌다.

기존 풀MVNO 지원 정책 역시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부는 풀MVNO에 대한 도매대가 혜택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단계다. 정부가 우선 도매대가 차등 폭과 이통사의 연동·전산개방 범위 구체화, 분쟁 조정 절차 등을 서둘러 구체화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풀MVNO 사업자를 찾아 나서는 방법도 제시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갖출 준비를 하거나 이미 갖춘 사업자도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면서 “현장 애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적극 해소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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