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에너지 정책의 숙제는 간단하지 않다. 석탄은 줄여야 하고 원전·재생에너지는 늘려야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은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한다. 중동 정세까지 흔들리면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불안해진다. 이 복잡한 퍼즐에서 캐나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새로운 변수라 할 수 있다.
캐나다 LNG 의미는 단순히 가스를 더 사올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의 첫 물량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도착했고, 가스공사는 연간 70만톤(t)의 지분 물량을 확보했다.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공급선이라는 점에서, 이는 가격뿐 아니라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 자산이다.
한국은 특정 지역과 항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평상시에는 가격과 운송 효율이 중요하지만, 위기 때는 물량을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자원부국과 장기계약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분투자와 소유권, 운송·저장 인프라를 함께 확보해야 공급망 재편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기차와 전기화 장치가 늘면서 전력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목표수요를 129.3GW(기가와트)로 전망하고, 같은 해 발전량에서 원전 35.2%, 재생에너지 29.2%, LNG 10.6% 등을 제시한다. 정부 계획상 LNG 발전 설비용량도 2038년 69.2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LNG는 탄소중립의 최종 해답이 아니다. 석탄보다 배출이 낮고 출력 조절이 가능해 과도기 전원으로 유용하지만, 메탄 누출과 장기 인프라 고착 위험을 함께 안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 LNG를 확대하더라도 LNG 중심 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석탄을 대체하고 원전·재생에너지·수소·암모니아로 넘어가는 계통 안전판으로 한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질문은 '가스냐 석탄이냐'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LNG라도 생산·액화·운송 과정에서 메탄이 얼마나 새는지, 전 과정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검증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캐나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도 단순 가격보다 메탄 관리, 탄소정보 공개, 원주민 공동체와 이익 공유를 계약 조건에 포함해야 한다.
이것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장식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저탄소 제품과 전력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의 탄소정보는 곧 시장 접근권이 될 수 있다. 한-캐나다 협력이 성공하려면 '값싼 가스'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저탄소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새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캐나다 LNG 사례가 보여주는 더 큰 교훈은 공급망 재편의 주도권이 자원부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국들은 이제 원료만 수출하지 않고, 정제·가공과 현지 산업 육성, 지분 참여와 기술이전을 요구한다. 제조국이 안정적인 물량을 얻으려면 금융·외교·기술·인프라를 묶은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캐나다와 LNG뿐 아니라 수소·암모니아·LNG 벙커링·조선·저탄소 측정 분야로 협력을 넓혀야 한다. 자원부국과 장기 오프테이크와 지분투자를 결합해 공급선의 실질적 통제력을 높여야 한다. 사용후 배터리와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한국내 자원기지로 육성해 원광 부족을 기술로 보완해야 한다.
캐나다 LNG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그러나 중동 의존을 낮추고, 석탄 퇴출 과정의 전력 공백을 메우며, 자원부국과 산업 협력을 확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다. 이제 필요한 것은 LNG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LNG를 어떤 기간과 조건으로 활용해 무탄소 전원과 자원순환 체제로 넘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공급망 재편시대 에너지 안보는 가장 싼 연료를 사는 능력이 아니라, 위기 때 움직일 수 있는 선택지를 설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로버트 존스턴(Robert Johnston, 캘거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robert.johnston2@ucalgary.ca
*본 기고문은 김연규 한양대 교수가 한-캐나다 에너지·자원 협력 공동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공동 작성자로 참여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