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장벽 세운 글로벌 장비, 韓 부품과 특허전

램리서치, 6개 업체와 '줄소송'
韓부품, 제조사 공급망에 진입
외산대체 늘며 이해충돌 커져
정부 IP전략 수립 지원책 필요

비씨엔씨의 콤보 링 (사진=비씨엔씨)
비씨엔씨의 콤보 링 (사진=비씨엔씨)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와 국내 부품사 간 특허·디자인권 분쟁이 가열 양상을 보인다. 장비사를 거치지 않고 부품사가 반도체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애프터마켓이 커지면서 지식재산권(IP) 경쟁력 확보가 국내 소부장 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비씨엔씨를 상대로 제기한 에지링 디자인권 침해소송에 대한 1심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을 곧 내릴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심판원이 진행하는 디자인등록 무효심판과 별개로, 비씨엔씨 제품이 램리서치의 등록디자인을 실제 침해했는지를 법원이 판단하는 건이다.

이같은 IP 다툼은 비씨엔씨뿐만이 아니다. 씨엠티엑스(CMTX)·에스에이치엠(SHM)·월덱스·플라텍·윌비에스엔티 등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가 램리서치와 특허·디자인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CMTX·SHM·월덱스는 무선주파수(RF) 접지 기술이 적용된 C-링 관련 동일 특허를 두고 램리서치와 다툰다. 플라텍과 윌비에스엔티는 전극을 고정하는 클램프 관련 특허를 놓고 램리서치와 분쟁 중이다.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램리서치 특허심판 현황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램리서치 특허심판 현황

램리서치와 국내 6개 업체 간 8개 특허·디자인 분쟁 가운데 특허심판원은 4건에 무효 심결을, 4건에는 무효심판 청구 기각 심결을 내렸다. 무효 심결을 받은 특허에 대해서는 램리서치가, 권리가 유지된 일부 사건에서는 국내 업체가 불복해 특허법원에서 심결취소소송을 하고 있다.

이들 부품은 한번 판매하면 끝나는 장비와 달리 공정 가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인 만큼 글로벌 장비사와 국내 부품업체 간 이해관계가 직접 맞물리는 영역이다.

줄소송 배경에 국내 애프터마켓의 빠른 성장세가 자리한다. 그동안 식각장비 교체부품은 글로벌 장비사 정품(비포어마켓)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대체품을 개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시장 구도가 바뀌었다. 고객사 역시 부품 단가를 낮추고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국산 부품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교체부품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글로벌 장비사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식각장비용 실리콘 부품은 램리서치 등 글로벌 장비사가 장악했던 시장이다. 수년 사이 국내 부품업체의 팹 직접 공급이 늘면서 애프터마켓 비중은 30% 수준까지 올랐다. 기존 장비사와 국내 부품업체 간 경쟁이 달아오르는 배경이다.

특허 분쟁이 수년간 이어지면 소송 비용 자체가 국내 중소·중견 소부장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패소하면 해당 제품 판매 중단이나 회피설계는 물론 고객사 재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IP 경쟁력이 기술력과 고객사 인증 못지않게 중요한 사업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성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장은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은 자금과 전문인력이 제한돼 개발 초기부터 충분한 지식재산(IP) 분석에 비용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IP-R&D 지원제도가 있지만, 실제 기업이 개발 과정에서 특허침해가능성조사(FTO)와 IP 전략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와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세제·인프라 등 공적 지원을 받는 대기업이라면 그에 상응해 국내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 확대나 IP 크로스라이선스 등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등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의 램리서치 상대 특허심판 청구 현황 (출처=키프리스)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의 램리서치 상대 특허심판 청구 현황 (출처=키프리스)
<램리서치와 소송 분쟁 중인 주요 기업 영업이익 추이(연결 기준) > (단위: 원, 출처= 각 사 사업·감사 보고서)
<램리서치와 소송 분쟁 중인 주요 기업 영업이익 추이(연결 기준) > (단위: 원, 출처= 각 사 사업·감사 보고서)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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