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①] 같은 나이 다른 몸…신체 나이 가르는 기준

분당서울대병원, 보행·악력으로 노쇠 신호 점검
근력·균형감각·영양 상태가 신체 기능 좌우
체중 감소·느린 걸음은 몸이 먼저 늙는 신호
운동·단백질 섭취로 신체 기능 저하 예방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는 같아도 몸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같은 60대라도 계단을 거뜬히 오르고 병뚜껑을 쉽게 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거나 근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기억력 저하, 시야 변화, 소화 기능 저하 역시 단순한 '나이 탓'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신호일 수 있다.
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나이는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현재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지표에 가깝다. 걷는 속도와 악력, 균형감각, 심폐 기능, 인지 기능, 영양 상태, 생활습관 등이 맞물려 개인별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
전자신문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당신의 신체 나이는 몇 살입니까'를 주제로 10회 건강기획을 연재한다. 주민등록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달라지는 이유를 시작으로 기억력과 뇌, 혈관과 심장, 폐 기능, 근육과 관절, 눈과 소화기 등 몸 곳곳에서 나타나는 노화의 신호를 짚는다. 마지막 회에서는 운동·식사·수면 등 일상에서 신체 나이를 늦추는 관리법을 살펴본다.
노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지만 몸이 보내는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생활습관과 건강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번 기획은 숫자로 적힌 나이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한 노화를 준비하는 기준을 찾아본다.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의학에서 보는 신체 나이의 기준

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나이는 주민등록상 나이처럼 한 가지 숫자로 딱 떨어지게 정해지는 개념이라기보다, 현재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단순히 나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걷는 속도, 악력, 균형감각, 근력, 일상생활 수행능력, 영양 상태, 수면, 인지 기능, 복용 약물, 동반 질환 등을 함께 살펴 신체 기능의 수준을 평가한다.

특히 노인의학에서는 이런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노인포괄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가 대표적인 방법으로 쓰인다. 이는 여러 기능을 각각 평가해 몸이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도구다. 이 평가는 단순히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는지, 앞으로 낙상이나 입원 같은 위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함께 가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같은 60세라도 이런 지표들이 좋으면 신체 나이는 50대에 가깝고, 반대로 여러 지표가 떨어져 있으면 70대에 가까운 몸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평가 결과를 정밀한 숫자로 계산해낸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즉 신체 나이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기능을 함께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종합 성적표'에 가깝다. 최근에는 이러한 평가를 수술 전 위험도 예측이나 만성질환 관리 계획을 세우는 데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 나이보다 몸이 먼저 약해지는 사람들

몸이 실제 나이보다 빨리 늙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활동량이 줄어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근육을 쓰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식사량 감소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고혈압, 당뇨병, 만성 콩팥병 같은 만성질환을 여러 개 동시에 갖고 있거나, 이로 인해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도 노화를 앞당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은퇴 이후 사회적 관계 감소에 따른 우울감과 고립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신체 활동량과 식욕이 떨어지면 노화가 빨라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최근 6개월 사이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5% 이상 줄었거나, 예전보다 쉽게 지치고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실제 나이보다 몸이 먼저 늙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이러한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행 속도·악력·균형감각이 말하는 건강 상태

보행 속도, 악력, 균형 감각은 특별한 장비 없이도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세 가지는 근육량, 신경 전달 속도, 심폐 기능, 관절 상태가 모두 문제없이 맞물려야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수치 안에 여러 신체 기능의 결과가 압축돼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당 1m보다 느리게 걷거나 병뚜껑을 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신체 기능이 함께 저하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균형감각 역시 마찬가지다.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이 짧아지거나 눈을 감은 채 균형을 잡기 어려워졌다면 낙상 위험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도 보행 속도와 악력 측정, 균형 검사를 노쇠와 근감소증을 가늠하는 기본 검사로 활용한다. 이 세 가지 지표를 정기적으로 측정해두면 신체 나이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상 노화와 노쇠를 가르는 차이

나이가 들면서 몸의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반면 노쇠는 여러 신체 기관의 기능 저하가 겹쳐 식사 준비나 외출 같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내기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노화가 완만한 내리막길이라면, 노쇠는 그 내리막길이 가팔라져 작은 감기나 가벼운 낙상 같은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상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노화를 겪는 사람은 폐렴에 걸려도 치료 후 원래 기능으로 대체로 회복한다. 하지만 이미 노쇠한 사람은 같은 폐렴을 앓고 난 뒤 걷는 능력이나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노쇠를 당연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미리 발견하고 관리해야 할 하나의 의학적 상태로 보고, 노인의료센터 같은 곳에서 다학제적으로 예방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신체 나이를 늦추는 생활 관리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늦추거나 상당 부분 개선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근육량과 걷는 속도가 몇 달 안에도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근감소증 진행을 늦추거나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노쇠 초기 단계에서 운동과 영양 관리를 조기에 시작하면 정상적인 건강 상태로 다시 회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복용 중인 약물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며, 사회적 활동을 유지하는 것도 신체 나이를 젊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다'고 여기기보다 지금의 몸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움직이려는 태도다. 이런 태도의 차이가 몇 년 뒤 신체 나이를 크게 갈라놓을 수 있다.

도움말: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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