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법인 명의 고가주택을 사주 일가의 '황제사택'이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활용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첫 조사 대상 50개 업체의 탈루혐의 금액만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법인 보유 고가주택 전수점검 결과를 토대로 사적 사용과 세금 탈루 혐의가 중대한 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주일가 거주형 28개 △부동산 투기형 5개 △별장형 17개다.
앞서 국세청이 국민주택규모(85㎡)를 넘고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법인 보유 고가주택 2639채를 전수 확인한 결과, 임대용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가 사주 일가의 거주 등 사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약 42%다. 상당수 법인에서는 가공인건비 지급과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추가 탈루 혐의도 포착됐다.
사주일가 거주형은 법인이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 고가주택을 사들여 사주 일가에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한 사례다.
한 법인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200억원대 고급주택을 취득한 뒤 회사 돈으로 100억원대 증축·인테리어 공사까지 진행해 사주 일가가 사용하도록 했다.
부산에서 사업하는 한 법인은 사업과 무관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4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해 사주 일가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리비, 인테리어 공사비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을 이용해 다주택 규제를 우회한 '부동산 투기형'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한 사주는 반포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취득해 2주택자가 되자 기존 약 40억원 상당 주택을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에 양도했다. 이를 통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은 뒤 해당 주택에는 계속 무상으로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법인은 한남동 시가 100억원 상당 고가 아파트를 매입해 사주 일가에 제공했다. 사주 일가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강남 고가 아파트 2채를 개인 명의로 보유하면서 법인 명의 주택에서 거주해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 규제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일시보관, 계좌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 가용 수단을 활용해 법인자금 유출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치한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사주가 개인 돈으로 부담해야 할 주택 임차료와 종합부동산세, 관리비 등을 법인이 대신 부담하면서 법인세까지 적게 낸 사례”라며 “국내 '황제사택'뿐 아니라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에게 사택을 무상 제공하는 등 법인자금의 사적 유용 전반으로 검증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