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의료관광 1조원, 시술에서 회복으로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71만명을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의료 분야 소비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1월부터 5월까지 94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늘었고, 상반기 전체로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도 201만명으로 한 해 만에 72% 증가했다. 의료는 이제 방한 관광의 곁가지가 아니라 성장축이다. 다만 더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크기보다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의료관광이라 하면 흔히 성형수술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BC카드 집계에서 성형외과 이용액이 36% 증가하는 동안 피부미용은 110%, 약국은 1177% 증가했다. 크리에이트립에서도 올해 상반기 피부과 거래액이 전년 대비 4배로 늘었고, 건강검진과 한의원 예약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건강검진 예약자의 55%, 한의원 예약자의 43%가 미국 관광객이었다. 의료관광의 중심이 근거리 아시아에서 서구권으로, 미용에서 건강관리와 회복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병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세신과 스파, 약국 방문이 외국인의 여행 일정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트립의 1인 세신숍 예약은 1년 새 5배로 늘었고, 스파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약국 방문 예약은 도입 첫해 웰니스 예약의 23%를 차지했다. 우리는 이 흐름을 '케어커버리(Karecovery)'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관리(Care)와 회복(Recovery)을 함께 경험하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왜 지금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의료 자체의 경쟁력이다.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여기에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 회복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웰니스 흐름이 맞물렸다. 피부 관리와 한방 치료처럼 아프지 않아도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더 나은 컨디션을 위해 선택하는 서비스가 여행과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생활 방식이 궁금해진 세계인이 그 일상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점도 이 흐름을 키운다. 언어와 예약의 장벽이 낮아진 것은 이렇게 형성된 수요를 실제 이용으로 연결한다.

변화는 서울 밖으로도 확산 중이다. 올해 당사는 부산에 외국인이 직접 예약할 수 있는 피부과 상품을 오픈했고,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웰니스 의료관광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집중됐던 수요가 부산의 바다와 미식, 휴양 경험과 만나 새로운 지역 관광 자원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와 웰니스는 외국인이 '왜 서울 다음에 이 도시를 가야 하는가'에 답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의료관광 1조원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진료 이후의 다국어 사후관리, 정확한 의료정보, 신뢰할 수 있는 가격 체계는 업계와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이 과정을 잘 만들어낸다면 한국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단순히 특정 시술의 가격이나 기술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의료 수준에 대한 신뢰, 편리한 이용 경험, 그리고 여행 속에서 건강과 회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에서 무엇을 보고 갈지만 결정하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쉬고,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함께 선택한다. 의료관광 1조원의 안쪽에서 시작된 변화는 어쩌면 한국 여행의 의미 자체를 넓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haemin.yim@creatr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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