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국에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해온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한다. 원전·재생에너지 등 발전설비가 밀집한 남부권은 ㎾h당 최대 18원, 강원·충청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 낮춘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전력계통과 균형성장 여건에 따라 전력이 풍부한 지방일수록 요금을 낮추는 구조다. 연간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은 약 2조8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26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안을 확정하고 고시와 전기요금 약관 개정 등을 거쳐 연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역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와 비수도권에 몰린 발전설비 간 불균형이 있다.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약 40%를 비수도권에서 공급하면서 장거리 송전과 전력망 건설·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주민 갈등과 수용성 문제로 송전선로 확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가격으로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현행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추가해 지역마다 다른 가격을 적용한다. 요금을 올리는 지역 없이 할인 폭만 차등화한다.
적용 대상은 산업용 전력 전체다.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하는 산업용부터 가격 신호를 줘 기업의 입지 선택과 전력수요 분산을 유도한다. 전기요금이 기업의 투자·입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만큼 지방의 전력비를 낮춰 기업 이전과 신규 투자를 끌어낸다는 판단이다.

지역은 두 단계로 나눈다. 우선 전력시장과 송전망 구조를 기준으로 △수도권 남부(서울·경기 남부) △수도권 북부(서울·경기 북부·인천) △중부권(강원·충청) △남부권(경상·전라) 등 4개 광역권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성장 여건을 반영한 4개 권역을 조합해 전국을 최종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한다. 제주는 도서지역과 전력수급 특수성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한다.
같은 광역권 안에서도 행정구역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 전력계통뿐 아니라 지역의 인구·재정·산업 여건까지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요금은 △송전비용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산정한다. 송전망 건설·운영비는 광역권별 이용 비중에 따라 최대 5원, 전력자급률은 발전 공급 여력이 높을수록 최대 8원 낮춘다. 여기에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적 여건 등을 반영한 균형성장 요소로 최대 6원을 추가 조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수도권 남부는 ㎾h당 현행 수준에서 최대 1원가량 낮아진다. 수도권 북부는 6~10원, 중부권은 10~15원, 남부권은 13~18원 인하된다. 가장 저렴한 남부권·4권역은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인 ㎾h당 181.9원에서 최대 10%가량 낮아진다. 전력 생산이 많고 균형발전 지원 필요성이 큰 지역일수록 할인 폭이 커지는 구조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당초 수도권 요금을 좀 더 높이고 남는 재원으로 지방에 배분하는 체계도 고려했다”면서 “수도권 전기요금도 결코 싼 요금이 아니고 경쟁력 문제가 있어 수도권 요금은 인상하지 않고 지역 요금을 낮추는 형태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요금 인하에 따른 한전 수입 감소 규모는 2조8000억~3조원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지역별 도매가격제 등 전력시장 개편을 통한 비용 절감과 정부 재정 부담 확대, 한전 자체 혁신 등을 통해 재원을 보강할 방침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