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네팔 대홍수…전문가들 “기후 재난 선제 대비해야”

28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 병원에서 실종자를 찾는 시민들이 전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 병원에서 실종자를 찾는 시민들이 전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350명이 넘는 사망자를 유발한 네팔 대홍수 원인으로 빙하호 붕괴가 지목되면서 앞으로 유사 재난·재해 발생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지구온난화로 세계적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어 비슷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금부터라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30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중국 국경과 맞닿은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바그마티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30일 오후 기준 750여명이 숨졌다. 사망자 수는 네팔과 중국을 합쳐 3000명이 넘는다.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9명도 실종된 상태다. 현지에서는 2차 홍수 우려도 커지며 구조대가 철수하는 등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사고 당일 바그마티주에는 비가 전혀 오지 않았다. 기후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산맥의 기후 변화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지진과 같은 충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붕괴된 빙하와 토사가 인근 코시강과 트리슐리강으로 유입되면서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온난화가 대홍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도 빙하호 붕괴로 인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고, 2023년에는 인도 히말라야 지역이 빙하호 붕괴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지점 상류에는 축구장 약 500개 면적에 달하는 55개의 빙하호가 존재하며, 추가 홍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한 논문은 2000년에서 2016년 사이의 연평균 빙하 감소 속도는 이전 기간에 비해 두 배 빨라졌다고 밝혔다. 1990년에서 2018년 사이 세계 빙하호의 수량이 50%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는 “지구온난화가 빙하와 영구동토층을 약화해 대규모 산악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면서 “'빙하 쓰나미'에 비유할 수 있는 급격한 연쇄 재해는 네팔뿐 아니라 히말라야의 다른 계곡,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등 산악 빙하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앞으로 더욱 주의 깊게 감시해야 할 새로운 기후 재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히말라야 상류에는 수력발전소가 모여 있어 예기치 못한 홍수 발생 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대홍수도 한국 기업이 주도하던 수력발전 사업인 '어퍼트리슐리-1' 공사 현장을 덮치며 준공과 상업 운전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동되거나 건설·계획 중인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약 3분의 2가 잠재적인 빙하호 폭발 홍수(GLOF) 경로 위에 놓여 있다”면서 “기후 리스크를 설계 조건에 반영하지 않은 인프라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어퍼트리슐리-1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빙하호 붕괴형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수년간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강우로 산지와 계곡의 침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원인은 다르지만 짧은 시간에 좁은 지형에 막대한 수량과 토사가 집중돼 하류를 덮치는 재해 메커니즘 자체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면서 계곡 지형에 위치한 소규모 마을과 펜션·야영지, 산지 인접 건설 현장, 정비가 미뤄진 노후 사면 등을 주의가 필요한 지역으로 꼽았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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