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권, 'IT 복원력' 강화…장애·해킹에도 금융서비스 잇는다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 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 수출입은행 제공]

정책금융권이 전산장애와 재해,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의 '복원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예방을 넘어 핵심 데이터를 보호하고 금융서비스를 신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도록 백업·재해복구(DR)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노후 IT 인프라를 정비하면서 백업과 재해복구(DR) 체계를 함께 고도화한다. 서버나 네트워크 성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운영 시스템과 백업, 재해복구센터를 하나의 복구 체계로 연결해 장애 발생 때 금융업무 중단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운영 데이터와 복구 수단이 동시에 손상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백업 데이터를 서로 다른 저장공간과 원격지에 분산하고 데이터가 임의로 삭제되거나 변조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재해복구센터에 보관한 복제본도 외부 공격이 확산했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격리 수준을 높인다. 랜섬웨어나 악성코드의 비정상 활동을 탐지하고 중요 백업 데이터 삭제에는 추가 인증 절차를 적용한다.

최근 사이버 공격이 운영 시스템뿐 아니라 백업 데이터까지 노리면서 복구 수단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백업본까지 암호화되거나 삭제되면 시스템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IT의 안정성도 데이터를 단순 복제·보관하는 것을 넘어 백업본을 공격으로부터 격리하고 실제 복구 가능 여부까지 검증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IBK기업은행은 하남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망을 이중화해 재난 상황에서도 금융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했다. 베트남 현지법인에도 데이터센터와 별도의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고 고가용성과 이중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핵심 인프라뿐 아니라 해외 금융망까지 업무 연속성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모습이다.

정책금융기관은 수출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첨단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다. 핵심 전산시스템이 장기간 멈추면 단순 고객 불편을 넘어 기업의 대출과 외환·송금, 정책자금 집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대면 금융과 실시간 금융거래가 확대될수록 IT 장애의 파급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공공 부문에서도 IT 복원력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정보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복구목표시간을 차등 설정하고 재해복구체계와 원격지 백업을 강화하고 있다. 장애를 사전에 막는 데 집중했던 IT 안정성 정책이 사고 발생 이후에도 핵심 서비스를 지속·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복원력 투자가 단순한 보안 강화를 넘어 핵심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인프라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정책금융권도 같은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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