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식 투자 기회를 남겨두면서도 채권으로 위험을 낮추려는 연금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국내 상장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3일 기준 24조3천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 15조3천208억원에서 59.1% 증가했다.
성장은 국내채권형 상품에서 더 두드러졌다. 해외채권을 제외한 국내채권 혼합형 ETF의 순자산은 같은 기간 9조4천766억원에서 15조6천17억원으로 64.6% 늘었다.
채권혼합형 ETF는 주식과 채권을 한 상품에 담는다. 주식시장이 오르면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채권을 통해 가격 변동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퇴직연금 투자자에게는 활용도가 더 크다. 주식 비중이 50% 미만인 상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연금계좌에서 100%까지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형 ETF를 직접 담기 어려운 연금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자리 잡는 배경이다.
시장 확대에 맞춰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새로 상장된 채권혼합형 ETF는 18개다. 국내채권형이 12개, 해외채권형이 6개다.
특히 반도체를 겨냥한 상품이 눈에 띈다. 신규 상품 18개 가운데 11개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을 담았다. 지난달 상장된 4개 상품도 모두 주식 부문에서 반도체에 투자했다.
운용 전략 역시 달라지고 있다. 시장 대표지수에 채권을 더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종목이나 특정 테마에 채권을 결합하는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6월에는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이 25조6천227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24조원대로 내려왔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6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LS증권 정다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편입한 채권혼합형 ETF가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수요와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한국 대표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채권을 담았다고 해서 주식시장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별 종목이나 특정 업종의 비중이 높은 상품일수록 시장 전체보다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