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 잘 팔릴까?”…유통기업, AI 소비자에 묻는다

리서치 기업과 협업해 AI 소비자 활용
소비자 행동 학습한 AI가 먼저 신제품 진단
제품 공개하지 않고도 소비자 반응 예측

유통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소비자에게 반응을 묻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행동·설문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제품 선호도와 가격 수용도, 구매 가능성 등을 예측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축적한 리서치 기업은 유통 기업 수요를 겨냥해 'AI 소비자' 서비스를 차기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기업들은 데이터·리서치 기업과 협업해 신제품 개발에 'AI 소비자'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비재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행동 데이터를 다량 축적한 리서치 기업과 신제품에 대한 예상 소비자 반응이 필요한 유통 기업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과 인텔리시아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BGF 리테일이 인텔리시아의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합성소비자 조사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매장 운영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다. BGF리테일은 이를 활용해 에너지젤, 닭가슴살 등 러닝족을 위한 상품으로 구성한 '러너박스'를 9900원에 최근 출시했다. 지난달 AI 합성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출시한 '미니오리지널유부 2입'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이 5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서베이는 방대한 리서치 기반을 활용해 AI 소비자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최근 컨슈머 인텔리전스 플랫폼 '데이터스페이스'에 85개 AI 소비자와 대화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도입했다. AI 소비자는 실제 소비자의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됐다.

예를 들어 추석 선물·상차림 관련 소비자 반응을 알고 싶은 경우 부모님 취향 맞춤 추석 선물 준비파 거래처까지 챙기는 고예산 추석 선물 총괄 등 AI 소비자와 대화로 추석 선물 선호도와 예산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오픈서베이는 오랜 기간 축적한 소비 트렌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음료' 분야를 먼저 공략한 뒤,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AI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도 AI 소비자 시장에 가세했다. 지난달 약 3400만명 규모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웍스FM'을 공개했다. 웍스FM은 애플리케이션(앱) 사용과 결제, 오프라인 방문, 광고 반응, TV 시청 등 10여개 영역에서 발생한 행동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 커머스, 여행, 푸드, 게임, 교육 등 12개 핵심 업종에 걸쳐 소비자가 향후 7일 이내에 특정 행동을 할 가능성을 추론해 낸다. 아이지에이웍스는 현재 국내 대형 유통기업 2곳과 각사가 보유한 데이터에 합성 소비자 인텔리전스(SCI)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실제 소비자의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소비자 리스트. 산업군별 타깃 소비자를 대상으로 컨셉 반응, 가격 민감도 등 예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오픈서베이 데이터스페이스 갈무리]
오픈서베이가 실제 소비자의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한 AI 소비자 리스트. 산업군별 타깃 소비자를 대상으로 컨셉 반응, 가격 민감도 등 예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오픈서베이 데이터스페이스 갈무리]

AI 소비자는 신제품 출시 전 실제 소비자를 모으는 과정을 대신하고,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판단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건은 실제 소비자 반응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재현하느냐다. 특히 리서치 기업이 모두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유통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최신 데이터를 지속 확보하면서 BGF 리테일과 인텔리시아의 합작품과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리서치 업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AI 소비자' 서비스는 초기 단계인 만큼 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면서 “성공사례로 고객사 신뢰를 확보한 뒤 고객사가 보유한 원천 데이터를 안전하게 결합·분석해 고품질 예상 답변을 도출하는 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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