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전력 마을 안에서 공유·거래…전력망 부담 낮춰
V2G로 전기차도 ‘움직이는 ESS’…VPP·스마트팜 실증
정부 100억원 투입…성과 검증 후 다른 분산특구 확산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시범서비스 참여 고객의 제주시 논세길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기아 EV9이 이용하는 모습. [자료:현대차그룹]](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08/news-p.v1.20260708.1d8beda8e2c54ed49d974825ed33d88a_P1.jpg)
제주에서 주택이 생산한 태양광 전력을 이웃과 나눠 쓰고, 인공지능(AI)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히트펌프까지 통합 제어하는 '에너지제로 마을'이 조성된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양방향 충·방전(V2G)도 실증한다. 정부는 가정과 이동수단, 농업까지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연결해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최대한 소비하는 새로운 전력시스템을 제주에서 검증한 뒤 전국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확산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AI 기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한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을 제주에서 우선 실증한다고 8일 밝혔다. 제주에서는 에너지제로 주택단지와 전기차 충전모델, 스마트팜 등 세 분야의 실증이 추진된다.
핵심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소규모 전력망처럼 운영하는 '에너지제로 주택단지'다. 제주 한림읍 또는 대정읍의 약 20세대 주택에 태양광·히트펌프·전기차·ESS·AI 가전을 연결한다. AI 기반 가정·마을 에너지관리시스템(HEMS·CEMS)이 마을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력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수급을 조절한다.
개별 주택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는 마을 주민이 함께 나눠 쓴다.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에는 각종 설비가 스스로 가동 시점을 조절한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분산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묶고 마을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 안에서 활용·거래하는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전력수급에 따라 생산·소비·저장을 조정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하는 유연성 자원으로도 활용한다.
전기차도 단순한 전력 소비자에서 전력망 자원으로 바뀐다. 제주 주요 지역에 양방향 충·방전이 가능한 충전기를 구축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저장한 전력을 다시 계통에 공급하는 V2G 실증을 추진한다. 전기차와 전력망을 통합하는 VGI 신서비스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가상발전소(VPP)를 활용한 전기차 초급속 충전모델도 시험한다. AI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ESS 충·방전을 최적화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인다. 전기차 충전스테이션에는 비리튬계 ESS를 적용해 장주기 운전성능과 안정성, 경제성 등 상용화 가능성도 검증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태양광과 비리튬계 ESS, 공기열 히트펌프를 결합한 스마트팜을 구축한다. AI가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농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해 남는 전력을 냉난방·조명·양액 공급 등에 활용한다. 농업 생산성과 에너지 자립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에너지-농업 융합모델'이다.
정부가 제주를 첫 실증무대로 택한 것은 전기화와 분산에너지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주택용 히트펌프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률은 지난달 말 기준 12.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주택 전력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을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사업 예산은 총 100억원이다. 정부가 총사업비의 최대 50%를 지원하며 사업별 국고보조금은 최대 50억원이다. 올해 말 현장 실사 등을 거쳐 향후 5년간 실증을 이어간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재생에너지, ESS 등의 분산에너지 자원을 보급하는 것만큼 앞으로는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주민의 에너지 비용은 낮추고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분산에너지 사업 유형을 실증해 성과를 확인한 뒤 다른 특화지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