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중앙회 개혁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업인 우려에는 “투기와 선량한 농업인을 구분하겠다”며 단속보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과천 경마공원 이전은 이달 한국마사회 이사회를 시작으로 이전지 선정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송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부분 큰 방향에서는 이견이 해소된 상태”라며 “9월 안에는 상임위에서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 야당 의원이 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의 연합조직인 만큼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냈지만 송 장관은 농업인의 직접 선택에 무게를 뒀다. 그는 “조합 자체가 조합원 중심으로 구성되는 만큼 대의적인 방법보다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해 농업인에게 농협을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직선제가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감사 기능 독립을 둘러싼 이견도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감사 권한과 기능을 독립시킨다는 데는 일정 부분 합의가 있다”며 “어떤 형식으로 둘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이해의 폭을 줄일 계기가 있었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에는 적극적으로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가 전국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지난 7월까지 기본조사를 벌인 결과 약 27%가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불법 임대차 의심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무단 휴경, 불법 전용, 소유 자격 위반 등이 포함됐다. 심층조사는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송 장관은 “정부가 농지를 다 뺏어간다는 식으로 잘못된 이야기가 번지고 있다”며 “투기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단단하게 조치하되 선량한 농업인의 관행적 법 위반이나 경미한 사항은 처벌·단속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와 상속농지 등은 농지법상 허용되는 임대 방식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구두 임대차도 서면계약으로 전환한다. 송 장관은 “이번 농지조사를 계기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서면계약 건수가 80% 늘었다”며 “관행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과천 경마공원 이전은 이달 구체적인 절차가 시작된다. 송 장관은 “9월 중 마사회 이사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전지역을 공모할지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모 기준과 절차, 일정 등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지를 먼저 확정한 뒤 필요한 이전비용을 산정하는 순서다.
경마공원 이전과 마사회 본사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농식품부는 본사와 경마공원을 함께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박정훈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마사회 본사가 경마장과 같이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국토부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이어갔다. 송 장관은 “국익이나 민의에 반한다면 반드시 가입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야기를 듣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농업 분야 보완대책을 가입 결정 전에 제시해야 한다는 농업계 요구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보완대책을 미리 수립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것과 같다”며 “가입 결정이 된 다음 보완대책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PTPP가 농업에 위기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내놨다. 회원국 상당수가 농업 강국인 만큼 생산기반 약화를 우려하는 농업계의 시각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출시장 확대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포도와 한우·한돈 수출을 사례로 들며 “두려움이 있는 것도 맞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도전적으로 해볼 수 있는 영역도 있다”고 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에 대해서는 “농업예산의 변곡점이 될 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22조2215억원으로 올해보다 10.4% 늘었다. 농업·농촌 관련 기금의 누적 채무 정리까지 고려하면 송 장관이 제시한 실질적인 증가율은 25.7%다. 신규 사업 예산 비중도 통상 2% 안팎에서 8%로 높아졌다.
향후 중점 과제로는 농축산물 가격 안정과 농어촌 기본소득, 인공지능(AI) 농업 전환을 꼽았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돈을 나눠주는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정책”이라며 “소멸위기 지역에 마중물을 떨어뜨려 지역을 깨우고 인구가 들어오게 하는 사업으로 성과를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