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초단타 외국인'에 놀아났나…증권사 초단타 수수료 급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상품 출시 후 외국인 HFT와 수수료 동시 늘어
국감 앞두고 시장 변동성·규제 형평성 논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산하고 있다. 상품 출시 이후 외국인 고빈도매매(HFT) 거래와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함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변동성과 규제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1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의 외국인 HFT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약 32억원에서 올해 6월 151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수료 수익은 올해 5월 처음으로 월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7월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기본예탁금 규제가 시행된 뒤 8월에는 6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상품 출시 이전인 4월의 약 7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 급증이 외국인 HFT 거래 확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HFT 증가가 시장 변동성을 직접 확대했는지 여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HFT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매우 짧은 시간에 대량의 주문을 내고 취소하거나 체결하는 거래 방식이다. 국내 증시에서 이뤄지는 HFT 거래의 상당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직접전용주문(DM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수료율은 일반적인 위탁매매 수수료보다 낮지만, 거래 회전율이 높은 HFT의 특성상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도 커질 수 있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외국인 HFT 수수료율은 거래금액과 거래 이력 등에 따라 0.53~1bp 수준이었다. 키움증권은 0.6~1bp, NH투자증권은 0.7~1.3bp 수준으로 나타났다. 1bp는 0.01%포인트다.

한국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 점유율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전 10%대 초반에서 올해 6월 26.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증권사의 국내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발생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을 기준으로 이 비중은 상품 출시 직후 2.04%에서 6월 3.87%, 7월 6.15%로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발생한 수수료가 전체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의 12.1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외국인 HFT 수수료 증가폭도 컸다. 키움증권의 HFT 수수료 수익은 올해 1월 약 2,000만원에서 6월 7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은 약 4배, 한국투자증권은 약 2.7배, NH투자증권은 약 1.5배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 외국인 HFT에서 약 128억60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이는 같은 달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 약 109억1000만원보다 많은 규모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HFT 거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의 거래량과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HFT가 가격 변동을 키웠는지, 아니면 기존의 가격 변동에 대응해 거래를 늘렸는지를 확인하려면 거래 계좌와 주문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

논란은 7월 말 시행된 기본예탁금 규제 이후 더욱 커졌다.

자료에 따르면 8개 증권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수수료 수익은 7월 304억7000만원에서 8월 20억2,000만원으로 약 93% 감소했다.

반면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3개 증권사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거래 수수료가 평균 94.1% 감소한 데 비해 HFT 수수료는 59.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본예탁금 규제가 개인투자자의 시장 진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외국인 전문 투자자의 HFT 거래에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HFT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으며, 과도한 호가와 취소를 반복하는 계좌나 알고리즘에 거래일당 최대 1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부과 기준과 적용 대상, 시행 시기는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초단타 거래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량의 호가를 반복적으로 제출·정정·취소하는 거래에 과다호가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증권업계는 거래량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사실만으로 위법이나 이해상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와 외국인 HFT 거래 및 증권사 수수료 수익 증가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만큼, 상품 도입과 거래 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역할과 시장 안정성에 미친 영향은 국정감사의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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