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대학 입시철이 다가왔다. 지난주 수시 접수를 시작으로 2027학년도 대입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총 55만1864명이다. 재학생이 35만5391명, 졸업생이 17만3706명, 검정고시생 2만2767명이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의 인생 여정을 멋지게 열기 바란다.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겠지만, 대학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 시절에 맞게, 입시를 준비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더 좋은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는 당연하고, 삼수, 사수 그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는 수험생들이 많아졌다. 올해 수능 응시자도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은 1만6506명이 줄었지만, 재수·엔(N)수생을 의미하는 졸업생은 1만3784명이 늘었다. 언젠가는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많아질지도 모른다.
졸업생 중 대학을 다니다, 다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반수생도 적지 않다. 이 중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소위 최상위권 대학이나 지방권 의대를 다니다, 대학 입시에 뛰어든 반수생도 상당수다.
실제 2025년 서울대 375명, 연세대 801명, 고려대 836명이 자퇴한 중도탈락자다. 지방권 포함 의대 중도탈락자는 383명이다. 이 중 78%가 지방권 의대 중도탈락자다. 학교 생활이나 전공이 본인과 맞지 않아 그만 둔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 최상위권 의대를 가기 위해 그만 둔 학생들이다.
올해도 의대 열기가 여전하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지역 의대 입시 열가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상위권 공대 1학년 학생은 “2학기가 되자 주위의 많은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의대를 가기 위해 1년, 2년, 3년 심지어 그 이상의 시간을 쏟아 부을까. 이렇게 까지 의대에 진학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수험생은 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고, 주위로부터 인정받기 때문에 '의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의대가 아니면, 다른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은건가? 소득이 낮은건가? 주위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건가? 절반은 '그렇다'이고, 절반은 '아니다'일 것이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분명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고, 현상이다.
도전 정신으로 창업을 해서, 지금은 막대한 재산과 사회적으로 높은 평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제 자신의 재산과 시간을 기부해, 젊은 사람들에게 도전 정신을 갖게 도와준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의대를 졸업해 의사를 하다, 창업한 사람들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몇몇 특정 직업이 선호되더라도, 다양한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그만한 보상도 받는다. 그래서 그 나라의 우수 인재들은 하나의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몇년을 소비하면서까지 입시판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례가 많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가장 열정적인 나이 때인 20대 초반을 오직 좋은 대학의 의대에 가는데, 다 쓴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몇번을 다시 시도해 결국 사수생으로 서울 최상위권 대학 공대에 입학해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의 말이다. 사수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 중상위권 대학 공과대학에도 합격하기도 했고, 지방 약대에 합격하기도 했다. 둘 다 모두 접수를 포기하고, N수생의 길을 걸었다.
더 이상 의대 진학만을 위해 자신의 아까운 시간을 소비한 걸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의사 아닌 다른 직업에 대한 처우와 권위 등을 높이고, 사회도 다양한 직업에 대한 존중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우수 영재들이 의대를 가기 위해 입시판에서 수년을 허비하는 지금의 이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국가적으로 너무 낭비 아닐까 싶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