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간 큰 폭 조정받은 6월 급증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매매 이후에도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지 못한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강제로 처분된 뒤에도 남은 빚인 '미상환 원금' 규모가 1년 만에 5배 넘게 급증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개인 투자자의 반대매매 직후 발생한 미상환 원금은 총 377억957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5588만원과 비교하면 약 5.1배 늘어난 규모다.
미상환 원금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한 뒤 주식이 강제로 처분됐음에도 대출 원금을 모두 갚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55억132만원이었던 미상환 원금은 4월 19억9621만원, 5월 24억8552만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6월 131억1467만원으로 급증했고 7월에도 88억1640만원이 발생했다.
특히 6월 미상환 원금이 급증한 것은 당시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반대매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초 40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6월 19일 9385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7월에는 5500선까지 밀렸고, 이달에는 6600~70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승장에서 증권사 자금을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을 맞으면서 반대매매가 잇따랐고, 일부 투자자는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된 뒤에도 빚을 모두 갚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빚투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미상환 원금이 발생한 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1~7월 미상환 원금이 발생한 계좌는 7251좌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36좌보다 약 2.3배 증가했다. 다만 하나의 계좌에서 미상환 원금이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어 실제 투자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206억8504만원으로 전체의 5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61억2047만원, 삼성증권 48억2509만원 순이었다.
문제는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미수금까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10개 증권사의 미수금 잔고는 올해 5월 1조1953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7월 말에는 1조3510억원까지 증가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수금 역시 키움증권이 65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85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83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상환 원금 수치는 반대매매 직후 발생한 금액을 합산한 것으로, 이후 투자자가 현금을 추가로 납입하거나 증권사가 채권을 회수하면 실제 남아 있는 채무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빚투와 미수금이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쌓이면서 주가가 다시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와 미상환 채무가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