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음원 스트리밍 사기(streaming fraud)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특정 음원의 재생 횟수를 봇으로 반복해 부풀리던 방식에서 AI로 대량의 음원을 만들어 수많은 곡과 계정에 가짜 재생을 분산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주요 음반사와 음원 유통업체들과 '스트리밍 인테그리티 이니셔티브(Streaming Integrity Initiative)'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니셔티브에는 소니뮤직그룹,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 3대 음반사를 비롯해 하이브, 버진뮤직그룹, CD베이비 등이 참여한다. 스트리밍 사기를 예방·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업계 공통 기준 마련이 목표다.
스트리밍 사기자체는 AI 등장 이전부터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여러 계정과 기기를 동원해 특정 음원을 반복 재생하는 '스트리밍 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한두 곡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재생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이상징후를 탐지해 포착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음원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가짜 재생을 분산할 콘텐츠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정 곡을 수십만번 반복 재생하는 대신 수천 개의 곡을 보다 작은 횟수로 재생해 대규모 로열티를 발생시키는 식이다. 음원 제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면서 스트리밍 사기의 문턱도 낮아졌다.
AI 음원의 폭발적 증가도 스트리밍 사기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프랑스의 플랫폼 디저에 따르면 지난 6월 AI로 완전히생성된 음원은 하루 신규 업로드의 절반을 넘어섰다. 월평균 약 9만곡이 AI 생성 음원으로 파악됐다. 디저가 지난해 AI 생성 음원에서 발생한 스트리밍을 분석한 결과 최대 85%가 부정 재생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부정 재생은 플랫폼 내에서의 순위 왜곡에 그치지 않는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는 이용량 등에 따라 권리자에게 배분되는 만큼 정상적인 음악 소비에서 발생한 로열티 몫을 희석시킬 수 있다. 정상 아티스트와 음반사에 돌아갈 재원이 조작된 재생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추천 시스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재생이 정상적인 이용행태와 섞일 경우 인기순위와 추천 알고리즘이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음악이 이용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음악산업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음원 플랫폼이 재생이 발생한 뒤 비정상적인 트래픽을 찾아 정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사기성 음원이 플랫폼에 유통되기 전 단계부터 걸러내는 방향으로 방어선이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IFPI는 “스트리밍 사기는 팬들을 기만하고 정당한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빼앗는 명백한 절도”라며 “아티스트와 작곡가, 팬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업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