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삼성의 '물량 딜레마'

갤럭시A57
갤럭시A57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경영진은 수익성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물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애플에 내준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시장 상황만 보면 해볼 만한 승부다.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일부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함께 보유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수급 여력이 있고, 단기간 실적 악화를 견딜 체력도 있다. 경쟁사가 어려울 때 물량을 늘려 격차를 벌릴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생산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 전반에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의 수급도 불안하다. 삼성전자 10월 스마트폰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갤럭시A 시리즈 4분기 생산량도 연초 계획보다 약 20% 줄었다.

공급망이 풀려도 고민은 남는다. 비싸진 부품을 넣어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늘리면 점유율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갤럭시A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군이다. 많이 팔수록 좋은 제품이지만, 지금처럼 원가가 치솟을 때는 많이 파는 것과 많이 남기는 것이 다른 얘기가 된다.

회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9일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부문의 얘기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에서는 실적 악화와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등을 두고 직원 불만이 상당하다. 점유율을 위해 수익성을 더 양보한다면 그 부담은 실적뿐 아니라 조직에도 돌아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스마트폰 물량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애플과의 1위 경쟁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어떤 제품을 얼마나 팔아 이익을 남길 것인지다. 많이 파는 것만으로 1위를 평가하기 어려워진 시장이다. '얼마나 많이'보다 '얼마나 잘' 팔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ET톡] 삼성의 '물량 딜레마'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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