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퓨처로그] 리더의 신뢰감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국정 운영의 동력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마음에서 나온다. 지지율이라는 숫자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서 있는 입지와 발언의 무게를 규정하는 가장 냉정한 지표임은 분명하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당일조차 지지율이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 앞에 선 국정 최고 책임자의 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민생의 경고음이 겹친 국면에서 개최된 이번 회견은, 리더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떠한 궤도 수정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국민입장에선 일종의 조견표였다.

회견에서 나온 자신을 향한 비판과 국정 난제에 대한 진솔한 답들이 리더로서의 존중과 믿음의 불씨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단정은 이르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 기간, 민심의 밥상머리에서 교차할 냉철한 평가와 민심의 흐름을 신중하게 지켜봐야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반전은 한 번의 솔직한 고백이나 회견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 속에서 그 진정성이 체감되고 확인될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견에서 보여준 일부 정치적 결단과 메시지의 선명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치가 마땅히 해결해야 함에도 이해관계의 반발을 우려해 미뤄왔던 굵직한 난제들 앞에서 이 대통령은 분명한 원칙을 설명하며 선을 그었다.

기득권과 기득권 간의 날카로운 충돌 상황이나 부동산 및 세제 개편으로 대표되는 소유의 본질적 문제, 나아가 연임 논의나 파병 이슈 등 독단이라는 불편한 시선이 쏠리던 대목에서 섣부른 타협 대신 국가적 원칙을 명확히 제시한 점은 국정 책임자로서 보여줘야 할 소신이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메시지 이면에 남겨진 과제와 아쉬움 역시 분명하다. 특히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산업분야 스펙트럼은 실로 넓고 다층적임에도, 회견에서 산업 의제는 뒤로 밀리거나 '오로지 인공지능(AI)'으로 수렴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의 AI도 중요하지만, 당장 국민 삶의 팍팍함과 부딪히는 다채로운 민생 현안을 담아내기엔 국정의 담론이 지나치게 협소했다.

더욱이 '인사가 만사'라는 국정 운영의 기본 명제 앞에서, 임기 초반부터 인사부터 꼬인 스탭은 대통령의 자신감과 보폭에 이미 깊은 흠집을 냈다. 거듭된 인사 난맥상과 검증 논란은 국정 추진의 동력을 약화시켰고, 이번 한 번의 회견만으로 그동안 누적된 흠집이 모두 씻겨 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당한 리더십의 확신이 흔들린 자리에 국정의 불안정성이 스며들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이 더 길기에, 지금 이 시점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전제조건은 단연 '신뢰감 회복'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나 선량한 의도로 기획된 국가적 사업일지라도, 그것이 국민적 신뢰라는 단단한 바탕 위에 서 있지 않다면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만약 신뢰가 결여된 상태에서 정책이 강행된다면, 설령 그것이 당장은 추진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낳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실용'과 '성공'이라는 실한 열매를 거두려면, 다시 '신뢰'라는 기본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명절도 잊은채 다시 중대한 외교일정에 들어가는 그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외연의 확장에 앞서 국내에서의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의 뿌리를 다시 다질 때, 비로소 실용과 성공이라는 열매도 온전히 맺힐 수 있다.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jholee@etnews.com

〈YONHAP PHOTO-3883〉 질문받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9.18     superdoo82@yna.co.kr/2026-09-18 12:41:52/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YONHAP PHOTO-3883〉 질문받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9.18 superdoo82@yna.co.kr/2026-09-18 12:41:52/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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