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농지 임대 처분 유예…불법전용 38년 만에 양성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농지 전수조사에서 드러나는 관행적 임대·휴경과 경미한 불법 전용에 대해 처분 대신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신고·허가 없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온 시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 사후 추인한다.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한 양성화는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와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에는 처분명령과 원상회복 등 현행법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내 특별조치법을 제정한다. 투기 목적이 아닌 상속·고령농 소유 농지와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는 곧바로 처분하지 않고 자진 정비하거나 농지은행에 맡길 수 있도록 한다. 1996년 제정 이후 30년이 지난 농지법도 고령화 등 달라진 농촌 현실에 맞춰 임대차·휴경 규제를 손질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여당은 2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5월 시작한 전수조사는 7월 기본조사를 마치고 현재 현장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존 농지이용실태조사가 전체 농지의 10~15%에 해당하는 투기 고위험군을 조사했다면 이번에는 전국 농지 실태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다.

◇투기는 처분·관행 임대는 정상화

당정은 조사 결과를 '투기 등 중대한 위반'과 '관행·경미한 위반'으로 나눠 처리한다.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해 부동산업을 한 경우, 공유지분만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린 사례 등이 투기에 해당한다. 농업진흥지역에 야적장·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을 불법 설치한 경우도 원상회복 대상이다.

다만 실제 영농 의사는 위반 사실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거짓·부정 취득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각종 정황을 종합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지방정부 청문 과정에서 당사자의 소명이 충분하면 처분이 철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에는 정상화 경로를 열어준다. 농업인끼리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여러 필지를 한 임차인이 모아 농사짓는 경우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하고 처분의무를 유예한다. 상속·고령농 소유 농지나 매수자를 찾지 못해 휴경한 농지도 직접 복구하거나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맡길 수 있다.

임차농 보호를 위한 특별정비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3년 이상 보유한 농지는 이 기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등기 상속 등 소유자가 불분명한 농지는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가 대표로 농지은행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한다.

◇불법전용 38년 만에 양성화…농지법도 손질

불법 전용은 38년 만에 양성화한다. 전수조사 시작일인 5월 18일 이전 완공됐고 농지법과 다른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시설 가운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시설이 대상이다. 사후 전용을 신청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 합법 상태로 전환한다. 장기간 임야화돼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가 다른 농지도 현실에 맞춰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위장해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고의성이 명백한 위반은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한다.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도 원상회복 등 현행법에 따라 처리한다.

현행 농지법에는 이 같은 처분 유예와 사후 추인의 근거가 없어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 당정은 연내 특별조치법의 국회 의결을 마치고 내년 1분기 시행한다는 목표다. 이어 2분기에는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확대하고 실경작자인 임차농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농지은행 역할도 확대한다.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은 올해 1조8077억원에서 내년 정부안 2조2617억원, 농지연금은 2766억원에서 3444억원으로 늘렸다. 농지연금 대기 수요 등을 고려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증액도 검토한다. 전수조사로 확보한 농지 정보는 고령농 농지를 매입·수탁해 청년농과 전업농에 공급하는 세대 전환에도 활용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과 국민에게 불이익이나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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