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센터(DC)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DC가 기업의 정보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시설이었다면, 이제 DC는 AI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인프라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의 급증하는 수요를 모두 신규 건설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막대한 전력 수요·인허가 기간·토지 확보·주민 수용성·통신망 구축·냉각시설과 전력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신규 AIDC만으로 국가의 AI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에만 집중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구축되어 있는 DC를 어떻게 AIDC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AIDC 시대, 기존 DC의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

AI 시대에도 기존 DC는 여전히 필요하고 존재할 것이다. AI 서비스는 기존 DC의 서비스를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AIDC가 증가하면 기존 DC의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즉 AIDC가 기존 DC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화해 나갈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I 시대에 기존 DC를 활용하는 전략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기존 DC와 AIDC는 인프라 구조가 매우 상이하므로 이를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AI 연산은 기존의 일반적인 서버 환경보다 훨씬 높은 전력밀도와 냉각능력을 요구한다. 기축센터를 활용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의 도입에 따라 랙당 전력밀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수배전설비, UPS, 냉각시스템, 소방·안전설비 등의 재설계 및 도입을 고려해야 하기에 건물 자체의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할 수 있고, 신규 구축의 경우보다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비효율성이 곧 기존 DC의 AIDC 전환이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존 DC의 입지와 기반시설을 활용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면, 신규 건설에 비해 여러 제약요소를 회피하면서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신규 DC 입지와 전력계통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기존 DC는 이미 전력과 통신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존 시설을 활용한 전환은 AI 인프라 확충과 국토 균형발전,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법과 정책에서도 '전환'에 대한 고려가 반영

2026년 제정된 'AIDC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은 AIDC의 신속한 구축과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DC를 새로 건설하는 경우뿐 아니라 운영 중인 DC를 AIDC로 전환하는 경우를 법률에서 직접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 부분은 법 제정 과정에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력계통과 관련된 특례다. 특별법은 비수도권에서 AIDC를 신축하거나 확장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기존 DC를 AIDC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일정 요건 아래 전력계통영향평가의 적용과 관련한 특례를 두고 있다.

이는 정책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DC 정책이 주로 '새로운 시설의 입지와 구축'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면, 앞으로는 기존 인프라의 고도화와 용도 전환 역시 국가 AI 인프라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이 법률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 AIDC 관련 규제 개선에서 비수도권 AIDC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개선 등 AIDC에 대한 정책적 우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환' 대상이 되는 기존 DC들이 수도권에 높은 비율로 분포하고 있어 효율적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규모 신규 구축이 아닌 정말 필요한 경우의 수도권 기축센터에 대한 AIDC로의 전환 및 소규모 증축·증설에 대해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할 방안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시설 전환의 용이성' '필요성' '파급효과' 등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전환 필요 시설'로 판단될 경우에는 수도권일지라도 인허가 및 전력 공급 규제 등을 완화해 주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서비스의 품질 유지를 위해 연계 DC간 기술적 거리 제한 등이 존재하는 경우는 기축DC 기반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경우라면 이런 필요성은 상당할 것이다.

[ET시론]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DC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정책 개념이 필요

우리나라의 DC 정책은 그동안 신규 시설의 확보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DC를 하나의 고정된 정보기술(IT) 시설이 아니라 컴퓨팅 수요에 따라 지속 고도화되는 디지털 인프라 자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책의 관점도 DC 몇 개를 신규로 구축했는가를 보는 위주에서 탈피해 신규구축과 전환을 동시에 고려하는 개념으로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전력·통신사업자, DC 운영기업, AI 기업, 금융기관이 참여하여 관련 실행방안을 논의하고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AI 전환 적합성 평가기준 마련, 전환 대상 시설에 대한 규제·인허가 절차 지원방안, 전력계통과 연계하여 지역별 전환 가능 용량 제공, 전환에 필요한 설비투자 지원방안 등이 될 것이다.

◇AI 인프라, '더 많이 짓는 국가'에서 '더 빨리 활용하는 국가'로

AI 시대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AIDC를 얼마나 새로 지을 것인가?'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DC 가운데 AI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설은 얼마나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

2026년 제정된 AIDC 특별법은 신축뿐 아니라 기존 DC의 AI 전환을 법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제 정부와 산업계가 해야 할 일은 이 법적 근거를 실제 산업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AIDC 신규 건설에 더해 이미 투자된 DC의 건축물과 전력·통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한 부분을 AI 시대에 맞게 고도화한다면 우리나라는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DC 정책은 건설정책을 넘어 기존 인프라를 어떻게 재편하고 고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산업전환 정책이어야 한다. 이제 AIDC 인프라의 미래는 '신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시설을 얼마나 똑똑하게 다시 활용하느냐에도 달려 있다.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회장 batkjh@kdcc.or.kr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회장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회장

〈필자〉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은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센터장을 비롯해 정보화전략실장을 역임하는 등 공공 정보기술(IT) 발전 한 축을 이끌며 헌신해 왔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 취임 후 데이터센터 산업계 의견을 국회·정부 등에 전하며 산업 발전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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