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소득마을'을 확대하고 있지만, 1차 선정 마을 10곳 중 7곳은 전력망 연계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 햇빛소득마을추진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차 공모에서 선정된 86개 마을 가운데 전력망 연계 요건을 보완해야 하는 곳은 58곳(67.4%)으로 집계됐다.
협동조합·부지·자금·계통 등 사업 요건을 모두 갖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마을은 9곳(10.5%)에 그쳤다. 나머지 77곳(89.5%)은 일부 요건을 보완해야 하는 조건부로 선정됐다. 조건부 선정 마을만 놓고 보면 75.3%가 계통 연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조건부 선정 사유별로는 계통 30곳, 부지·계통 18곳, 부지 8곳, 부지·자금과 계통·자금 각각 6곳, 자금 4곳 등이었다. 조합·계통과 부지·계통·자금 요건을 보완해야 하는 마을도 각각 2곳, 조합·부지 요건이 미비한 곳도 1곳으로 나타났다.
계통 연계 문제가 있는 58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1곳(53.4%)은 호남권에 집중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 대기 용량은 3417MW로, 이 가운데 호남권이 2245MW(65.7%)를 차지했다. 영남권 752MW, 강원권 234MW, 충청권 122MW, 수도권 41MW, 제주권 23MW 순이었다. 이미 상당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 확대가 실제 주민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내년 햇빛소득마을 관련 정부 예산안은 3559억400만원으로 올해 1113억6200만원보다 약 3.2배 늘었다. 계통 부족 지역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지원하는 '커뮤니티솔라' 예산은 983억원에서 2347억원으로 약 2.4배 확대됐다. 이차보전 예산도 60억원에서 284억5500만원으로 늘었고, 대출보증 지원 예산 248억6300만원이 새로 편성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을 3000곳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첫 공모에서 선정된 마을의 약 90%가 사업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만큼 선정 규모를 늘리기에 앞서 사업 추진 가능성과 전력망 확보 여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통 우선 접속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도 과제다. 햇빛소득마을추진단은 햇빛소득마을 등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계통 우선 접속을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접속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신규 선정 마을에 우선권을 부여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의원은 “햇빛소득마을이 농어촌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 의지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계통과 사업 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의 속도 주문에 맞춰 선정 숫자부터 늘릴 것이 아니라, 계통 취약지역에 대한 보완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사업성과 계통 여건 등을 꼼꼼히 검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