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의 지연에 업체 부담만 가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쿠팡이츠의 수수료 약관이 시정권고에도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제재 절차가 늘어지면서 입점 업체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본지 취재 결과 쿠팡이츠 수수료 약관 수정 불이행에 대한 공정위 '시정명령' 의견 심의 결과가 약 9개월 지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말 쿠팡이츠의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 불이행에 '시정명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소회의에 안건을 상정했다.
'시정명령 필요' 의견은 쿠팡이츠 측이 60일 시정권고 기간이 지나도록 해당 약관을 수정하지 않으면서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중개수수료 산정에 입점업체 부담 할인액을 제외하지 않는 약관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쿠팡이츠는 입점업체가 할인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산정해왔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약관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시정권고 기간이 넘도록 이를 수정하지 않았고,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말 시정명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9개월가량 지난 현재까지도 위원회 심의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불공정 약관 사건 관련 시정명령 절차가 늦어진 사례는 이번 쿠팡이츠 건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16년 3월 에어비앤비의 과도한 숙박 취소 위약금과 서비스 수수료 환불 불가 약관에 시정을 권고했다. 에어비앤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11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시정권고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에어비앤비가 시정명령까지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공정위는 이듬해 법인과 대표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후속 조치에도 나섰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의 '환불 불가' 약관 사건에서는 시정명령까지 약 1년이 걸렸다. 공정위는 2017년 11월 1일 숙박예정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았음에도 예약 변경이나 환불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약관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공정위는 이듬해 10월 31일에야 두 업체에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시정명령이 늦어지는 사이 소비자 피해는 지속됐다. 쿠팡이츠 사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최종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점주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 관련 규제가 한미 통상 현안으로 번진 시기와 공정위 심의 지연이 맞물리면서 제재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규제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하고 관세·제재 등 무역구제 조치를 요구했다. 3월 청원을 자진 철회했으나 한·미 FTA에 근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절차는 진행중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공정위는 특정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법 적용은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와 심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심의 지연 관련해서는 소회의에 상정된 사건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아 시정명령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소회의에 안건을 상정했다”며 “상정된 사건이 많아 심의 일정이 잡히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해당 사건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