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1600조원 규모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매월 대통령 주재 점검회의를 가동해 입지·전력·용수 등 투자의 걸림돌을 신속히 해소하고, 소부장 국산화와 대규모 인력 양성으로 지역 경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반도체 초격차 유지 방안으로 △첨단 분야 기술 우위 △서남권 팹(Fab) 신속 건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 인공지능 전환(M.AX)'과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망 진입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김 장관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분야 기술 우위를 점하고 용인·서남권 팹을 조속히 지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적 우위를 지키겠다. SK하이닉스의 '트리니티 팹' 등 실증 인프라를 통해 우리 소부장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는 메가프로젝트 관련 입지 적정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인프라 포화 상태를 근거로 호남권 반도체 투자의 당위성을 옹호했다. 박기승 의원은 “서남권은 남아도는 재생에너지가 44.1%에 달해 출력 제어가 발생하고, 섬진강댐 등 수자원이 풍부해 대규모 반도체 팹을 위한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의 최적지”라고 지지했다.
야권에서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컨트롤타워인 산업부가 4년간 총 6조원이 투입되는 호남권 통합 재정 지원 사업의 세부 내역조차 따지지 않고 지방정부에 맡겨두는 구조”라며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도 “기업에서는 전력과 용수, 인력 문제로 호남 반도체 팹은 불가능하다는 평가 보고서를 냈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장관은 “기업은 팹 부지가 필요했고, 정부가 비호남 지역을 포함해 다양한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해 최종적으로 기업이 서남권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해당 예산은 서남권 통합재정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광주시가 자율성을 갖고 편성해 운영하는 틀”이라며 특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메가프로젝트 이슈가 거론됐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충분한 전력과 용수 공급 가능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전력·용수 부족론 자체를 반박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호남에서 생산해 밖으로 내보내는 전력량이 지역 내에서 소비한 양보다 2배 가까이 많다”며 “영산·섬진강 물은 대부분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됐다.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호남의 기저전원인 한빛원전의 연간 전기 생산량이 4만5000GWh인데 반도체에 필요한 전력은 5만2430GWh”라며 피크 시간대 실제 생산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을 합쳐도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가뭄 발생 시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한 지도 따져 물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호남 반도체와 관련한 전력 6.3GW와 용수 65만톤은 새로운 산업적 수요를 고려해도 충분히 가능한 규모”라며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