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혜 “2017년 공론화 결정 바꾸려면 상응 절차 필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정부안 수립 일정이 원전 역할에 대한 국민 공론화로 2~3개월 늦춰지는 것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앞서 일곱 차례 국민대토론회에서 원전 역할을 논의했다며 3개월간의 원전 공론화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향후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맞섰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공론화의 필요성과 이에 따른 12차 전기본 수립 일정 지연을 비판하며 공론화 절차를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를 다시 예측하면서 전기본 수립 일정이 미뤄진 데 이어 지난달 원전 역할 공론화를 이유로 다시 연기됐다고 지적했다. 공론화가 원전 반대 단체를 의식한 것이거나 전기본 결정을 늦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11차 전기본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가 78GW 수준이었지만 현 정부가 이를 100GW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며 재생에너지는 별도의 공론화를 거치지 않으면서 원전만 공론화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찬반 논쟁이 있는 사안이라며 “원전 역할 공론화를 3개월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철회하자”고 요구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공론화위원회에서 원전을 3기, 4기 등 개수를 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12차 전기본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온전히 담는 첫 전기본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당초 12차 전기본 정부안을 대략 10월께 확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정도 (절차를 거쳐서) 원전 건설을 확정하니 그 자체가 졸속이라는 문제 제기가 꽤 있었다”면서 “국민 공론화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상의했더니 최소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11차 전기본 안은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됐고 시행은 이재명 정부에서 하지만 12차 전기본은 온전히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기 때문에 시간이 2~3개월 늦어지더라도 원전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단순 여론조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의견까지 숙의 과정에서 살펴보겠다는 취지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실제로 여론조사를 하면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략 70~80%의 국민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서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의견까지 충분히 12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2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민참여단 숙의토론과 공개토론회,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약 3개월간 진행해 12월께 권고안을 도출한다. 이에 따라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12차 전기본 정부안 마련도 12월 이후로 미뤄졌다. 공론화위는 신규 원전을 몇 기 건설할지 직접 결정하지 않고 원전의 경제성·안전성·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을 포함해 미래 전력수급에서 원전이 맡을 역할을 논의한다.
여당에서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국민이 내린 판단과 다른 방향으로 원전 정책을 변경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 활용은 2017년 이미 한 번 공론화했다”며 당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되 향후 원전 정책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 방향의 에너지 정책을 정부에 권고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신중하게 결정한 것과 다른 결정을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기후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1차 전기본이 지난해 2월 확정된 점을 들어 “이렇게 신중하게 절차를 가져간다고 해서 지연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