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식품·뷰티 등 B2C 기업 도입 한창
해외에서는 이미 의사결정에 활용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을 모집하던 기업들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합성 소비자를 찾기 시작했다. 상품·가격·디자인·광고·매장 진열 등 다양한 조건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식품과 유통, 뷰티 기업을 중심으로 합성소비자 활용이 확산하면서 소비자 조사와 상품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수개월 걸리던 소비자 조사…AI로 빠르고 정확하게
합성소비자의 가장 큰 장점은 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소비자 조사는 응답자를 모아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실제로 BGF리테일이 도시락 신제품 기획을 위해 합성소비자를 활용하자 조사 기간은 3~5일 수준으로 단축됐다. 도시락 개념검증에서는 소비자가 '건강하면서도 맛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중 니즈도 구체적인 상품 인사이트로 정리했다. 조사 속도도의 향상뿐 아니라 복잡한 조건을 바꿔가며 반복 검증하는 심층도 역시 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확도를 검증한 사례도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과거 데이터로 학습한 합성 소비자가 신규 음료 선택 연구에서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92% 정확도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AI 합성소비자 솔루션 기업 인텔리시아 역시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와 AI 응답을 비교한 검증에서, 재현율이 평균 90%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BCG는 보고서에서 “정확성과 함께 합성 소비자들이 초기 콘셉트 선별과 상품 속성 선택, 가격·프로모션 전략 검토 등에서 상품 혁신 주기를 단축할 수 있다”면서 “초기 스케치에 대한 빠른 반응을 확인하면 시제품을 여러 차례 만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 레시피 바꾸고 프로모션 시험…해외선 실전 투입
해외 기업은 합성소비자를 실제 의사결정에 쓰기 시작한 단계다.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은 실제 웹사이트에서 시험하기 전 합성 소비자로 상품과 프로모션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한다. 소비자에게 실제로 노출하기 전 다양한 안을 비교하고,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식품기업 바릴라(Barilla)는 대표 파스타 소스 '라구 알라 볼로네제' 레시피 변경을 검토하는 데 합성 데이터를 활용했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Ipsos)와 함께 조건별로 실제 소비자 100명과 합성 응답자 300명을 병행해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두 가지 시제품 모두 성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레시피 변경을 진행하지 않는 판단을 뒷받침했다.
프랑스 스킨케어 브랜드 꼬달리(Caudalie) 역시 합성소비자 솔루션을 제품과 마케팅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주당 15회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합성소비자 테스트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여러 시장의 반응을 비교한다.

◇ 국내는 도입 초기…솔루션 경쟁 본격화
국내에서는 기업의 도입과 함께 관련 솔루션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다. 소비자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업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오픈서베이는 실제 소비자 응답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한 AI 소비자 85명을 데이터스페이스 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한다. 기업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AI 소비자와 대화하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조사 대상을 모집해 설문을 진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콘셉트와 가격, 디자인 등에 대한 의견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약 3400만명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 '웍스FM'을 선보였다. 앱 이용과 결제, 오프라인 방문, 광고 반응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국내 대형 유통기업 두 곳과 데이터 연계 및 합성소비자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솔루션들이 등장하며 수요 기업들도 AI 합성 소비자를 검증하는 수준까지 들어섰다. 합성소비자가 제시한 결과를 실제 상품 기획이나 마케팅에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 소비자의 선택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드타임, 비용 측면에서 기존 소비자 조사 방식과 비교해 큰 이점이 있어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당분간 실제 소비자 조사를 병행하고, 다양한 조사 유형에 적용해보며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