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연구자의 경험·지식 실험 계획에 반영하는 '자율실험실(SDL) AI'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값비싼 실험을 되풀이하는 SDL 초기 탐색 부담을 줄여, 신소재·촉매 개발 속도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은 안광노 박사팀이 연구자의 자연어 지식을 거대언어모델(LLM)이 해석해 실험에 필요한 정보로 변환하는 '인간 참여형 최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SDL은 AI가 스스로 변수를 바꿔가며 최적 조건을 찾는 차세대 연구 시스템으로, 정해진 실험만 반복하는 자동화 장비와 달리 결과를 학습해 다음 실험을 스스로 선택한다.
그러나 기존 자율실험실의 AI는 대체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합성·분석에 반나절 이상이 걸리고 재료·에너지·분석 비용이 큰 촉매 실험 같은 분야에서는 낭비되는 실험 하나하나가 큰 부담이다.
이에 연구팀은 연구자의 말을 이해하는 언어모델을, 다음 실험 조건을 고르는 '베이지안 최적화 AI'에 연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자가 편하게 말로 지식을 전달하면, 언어모델이 이를 AI가 활용할 사전정보와 제약조건으로 자동 변환해 탐색에 반영한다.
나아가 연구자의 지식이 틀린 경우, AI가 연구자의 조언을 스스로 검증하는 '적응형 신뢰도 검증'을 통해 안전장치를 더했다. 사전지식이 실제 데이터와 일정 수준 이상 어긋나면 적용을 자동으로 멈추고 데이터 탐색 모드로 전환한다.
실제 실험 데이터로 구성한 가상실험 환경에서 검증한 결과, 충분한 사전지식을 활용하면 목표 성능 도달에 필요한 탐색 횟수가 크게 줄었다. 여러 원료를 한 번에 결합하는 반응의 기존 약 30회 탐색 횟수를 10회 이내로, 전기전도성 복합소재 반응의 기존 약 20회 탐색 횟수를 3~5회로 단축해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사전지식만으로 실제 실험 데이터 약 40건을 확보한 것과 맞먹는 효과로, 반나절 이상이 걸리는 촉매 실험의 초기 탐색을 20일가량 앞당기는 셈이다.
연구팀은 실험 도중에도 연구자가 대화하듯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AI 코사이언티스트(공동연구자)' 인터페이스도 함께 개발해 공개했으며, 향후 실제 자율실험실 장비에 적용해 검증할 계획이다.
안광노 박사는 “이번 기술은 연구자와 AI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연구하도록 돕는 '실험 동료'이자 자율실험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라며 “연구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널 오브 케미컬 인포메이션 앤 모델링'에 8월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