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정보보안이다. 데이터가 자산이 되고, 서비스가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하며, AI가 업무와 공격에 동시에 활용되는 시대에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모든 조직이 갖춰야 하는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정보보안은 단순히 해커를 막는 기술직이 아니다. 개인정보와 금융자산, 산업기밀, 공공서비스를 지키고 침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직이 멈추지 않도록 대응하는 일이다. 공격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더 정교한 기법을 사용할수록 방어자도 AI·클라우드·데이터 분석을 이해해야 하므로, 정보보안은 기술 변화의 수혜 분야이자 가장 큰 수요처다. 흔히 AI 기술이 성숙하면, 특히 양자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 모든 암호체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말하지만, 창이 발달할수록 방패 역시 단단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방패를 만들고 유지할 인재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많이 필요하다.
정보보안 분야의 인력난은 일시적이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올해 상반기 정보보호 인력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했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수요는 각각 175%, 156% 늘었다. 국내 기업의 97%는 숙련 보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응답 기업의 82%가 지난 1년간 보안 사고를 경험했고, 그 원인으로는 보안 기술과 훈련된 인력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사기관 ISC2는 조직이 사이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현재 고용한 인력 사이의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응답 조직의 95%가 보안 역량 부족을 겪고 있으며, 59%는 그 부족이 중대하거나 심각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단순히 사람을 더 뽑는 데 그치지 않고, 클라우드 보안·침해사고 대응·AI 보안·컴플라이언스처럼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고 있다.
정보보안 직무도 다양하다. 로그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잡는 보안관제, 시스템 약점을 찾는 모의해킹, 클라우드 환경의 위험을 관리하는 클라우드·AI 보안, 법·제도와 내부통제를 연결하는 컴플라이언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보안 인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해킹 기술만이 아니다. 문제 해결력이 필요하다. 같은 침해 사고라도 조직과 시스템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므로, 제한된 정보 속에서 원인을 추적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윤리와 책임감도 필수다. 취약점을 찾는 능력은 방어에도, 악용에도 쓰일 수 있다. 합법적 범위와 동의 절차를 지키고 문제를 책임 있게 개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기술적 위험을 경영진과 현장 직원이 이해할 언어로 설명하는 소통 능력,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위협 환경에 맞춰 배우는 상시 학습 습관이 더해져야 한다.
준비는 네트워크와 운용체계, 리눅스, 웹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해 암호학·인증·접근통제·웹 취약점으로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격증은 정보보안산업기사·정보보안기사 등이 있으며 해외 자격증도 다양하다. 그러나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 경험이다. 로그 분석 보고서, 취약점 점검 결과, 침해사고 대응 시나리오 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취업 경쟁력이 생긴다.
흔히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이나 AI가 초래할 디스토피아 관점에 매몰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상은 생존을 위한 고민과 실천의 시간이다. 어떤 트렌드를 감지해서 그것이 만들어낼 미래 일자리에 맞춰 자질을 미리 갖추는 것.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 반드시 해 내야만 하는 일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