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한 숲에서 생후 18개월도 되지 않은 새끼 오랑우탄 5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돼 당국이 국제 야생동물 밀수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오랑우탄이 인도에서 발견된 데다 모두 어미 없이 버려진 상태여서 밀렵 과정에서 어미가 희생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새끼 오랑우탄들은 오디샤주 숲속에서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다가 주민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약 1000명의 주민이 몰렸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림당국 역시 오랑우탄을 보고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오랑우탄은 인도에 자연 서식하지 않고,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의 열대우림에 사는 멸종위기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까지 확보된 정황을 토대로 이들 새끼가 수마트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끼 오랑우탄을 야생에서 포획하려면 어미를 먼저 죽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오랑우탄 어미는 새끼를 최대 9년간 곁에 두며 보호하기 때문에 스스로 새끼를 두고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한 전문가는 “같은 또래의 새끼 오랑우탄 5마리를 사육시설에서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며 야생에서 포획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인도네시아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도 “새끼 오랑우탄 한 마리가 발견됐다면 어미 한 마리가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밀렵꾼들은 수마트라 현지 주민들에게 새끼 한 마리당 최대 1500만루피아(약 113만원)를 지급한 뒤 어미를 죽이고 새끼를 빼앗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새끼들은 상자나 차량 등에 숨겨져 국경을 넘는데, 이동 과정에서 굶주림과 탈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오랑우탄들 역시 인도까지 오는 데 1~3주가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나무를 오르려는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평생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오랑우탄에게는 이례적인 모습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밀수 경로가 수마트라 북부 아체주에서 시작해 태국을 거쳐 미얀마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 또는 미조람주를 통해 인도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를 거쳤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았다.
야생동물 밀수는 밀렵꾼과 중개상, 운반책, 판매책 등이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조직적 범죄로 알려져 있다. 한 전직 밀수업자는 오랑우탄을 현지에서 약 3000만루피아(약 225만원)에 매입한 뒤 국제시장에서 약 10배 가격에 팔 수 있었다고 CNN에 증언했다. 그는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역시 불법 거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CNN이 접촉한 판매자들은 원숭이 등 야생동물을 일반 항공편이나 배송망을 통해 해외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일부는 통관에도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위급' 단계의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야생에는 보르네오오랑우탄 약 10만4000마리, 수마트라오랑우탄 약 1만3000마리, 타파눌리오랑우탄은 약 800마리만 남아 있다.

구조된 새끼 5마리는 현재 오디샤주의 난단카난 동물원에서 격리 보호를 받고 있다. 수의사들이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있으며,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오랑우탄 인형도 제공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개체들은 나무를 타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지만 어린 개체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달라붙어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당국은 DNA 검사 등을 통해 이들의 정확한 출생지를 확인한 뒤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이 어떤 경로로 인도까지 왔고 왜 숲에 버려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