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급업체와 가격과 납기를 합의하고 계약금도 지급했다. 그런데 출하를 앞두고 최종사용자 확인서와 제품의 상세 용도를 요구받는다. 구매자는 이미 계약했으니 보내달라고 하고 공급업체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답한다. 이때 충돌하는 것은 상업계약과 국가의 수출관리다.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과 그 물품을 국경 밖으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중국 수출통제를 관세나 품질인증의 문제로만 이해하면 대응이 늦어진다. 이중용도 품목(两用物项)은 민간과 군사 분야에 함께 쓰일 수 있는 물품·기술·서비스 등을 뜻한다. 특정 산업의 부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통제되거나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기술사양과 통제목록, 최종사용자와 용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핵심은 구매조직과 수출허가 담당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다. 허가의 불확실성을 가격·재고·계약과 대체조달에 반영해야 한다. 중국의 통제체계는 판매자의 출하뿐만 아니라 구매자의 사용과 재이전 계획도 거래조건으로 만든다. 조달 경쟁력은 좋은 물건을 싸게 찾는 능력에서 그 물건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관리하는 능력으로 넓어진다.
![[테크 차이나] 중국 부품에 왜 최종사용자를 묻나…수출통제가 바꾸는 구매 순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10/15/news-p.v1.20261015.40ab84ac740248199459b91e56f51c32_Z1.png)
관세는 국경을 넘는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의 문제다. 제품인증은 해당 시장에서 판매·사용할 요건을 확인한다. 수출통제는 국가안보와 국제의무 등 정해진 목적에 따라 특정 물품과 기술의 국외 제공을 관리한다. 한 문을 통과했다고 다른 문까지 통과한 것은 아니다. 품질이 우수하고 관세를 낼 준비가 돼 있어도 수출허가가 필요할 수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법은 2020년 12월 1일 시행됐고,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 조례'는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조례는 품목목록과 허가, 최종사용자·최종용도 관리, 사업자의 내부통제와 감독 등을 구체화한다. 실제 거래에서는 이후 공고로 정해지는 품목과 조건, 적용시점까지 확인해야 한다. 법의 큰 틀과 개별 공고의 현재 상태를 분리해 읽어야 한다.
통제대상이라는 사실이 수출 전면금지를 뜻하지도 않는다. 허가를 받아 거래할 수 있는 경우와 특정 상대·용도 등으로 제한되는 경우는 다르다. 반대로 목록에 없다고 어떤 용도로든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령은 일정한 안보·확산위험을 알거나 통지를 받은 경우 등 별도의 통제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둔다. 이를 모든 물품의 무제한 통제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뉴스 제목에 따른 일괄 판단이 아니라 자기 품목의 분류다. 같은 산업에 쓰이는 소재도 순도와 입도, 성능과 구조에 따라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계약서의 통상적인 품명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술팀이 품목사양을 정리하고 수출 담당자가 공식 목록과 비교하는 절차가 먼저다.
관세 품목분류와 수출통제 품목분류는 연결되지만 동일하지 않다. 세번은 물품의 통관분류를 위한 코드이고, 수출통제는 기술적 성능과 특정 용도 등 별도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 공급업체가 제시한 세번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허가가 필요 없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제품명, 사양과 통제기준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
불확실하면 임의로 비통제 품목으로 처리하기보다 공식 확인이나 전문 검토를 거쳐야 한다. 과거 같은 이름의 제품이 출하됐다는 사실은 현재 다른 사양과 거래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품목의 변경과 통제목록의 개정을 추적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분류는 최초 계약 때 한 번 끝내는 작업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기술지원도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수출통제 대상은 물품만이 아니라 관련 기술·자료와 서비스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설계자료 제공, 공동연구와 기술지원이 어떤 의무를 만드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건을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통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면 연구협력 단계에서 위험을 놓칠 수 있다.
수출허가 업무의 중심은 상무부(商务部) 등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지방 상무부서와 세관은 법령에 정해진 절차와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 공급기업이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한국 구매자가 최종사용자와 용도를 설명하는 자료를 제공해야 할 수 있다. 한쪽 회사의 행정업무가 아니라 거래 양측의 협업이 된다.
중국 상무부의 신청안내는 계약과 물품정보, 최종사용자·용도 증명 등 필요한 자료를 제시한다. 무역안보관리원은 2025년 7월 이 지침의 한국어 번역자료를 공개했다. 구매기업이 준비할 것은 단순한 주문서 이상이다. 중간 유통사가 수입한다면 누가 최종적으로 사용할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계약·신청서·용도 증명의 내용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
정보가 달라지면 신청과 계약도 다시 봐야 한다. 구매법인, 사용공장, 제품사양과 수량, 최종용도의 변경은 허가 조건과 충돌할 수 있다. 구매부서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급경로를 바꾸거나 생산부서가 용도를 변경했는데 수출 담당자가 모르면 문제가 생긴다. 변경관리의 책임자를 정해야 한다.
중국 조례는 거래별 개별허가와 일정 범위의 반복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허가(通用许可)를 두고, 정해진 경우 등록·정보작성으로 수출증빙을 얻는 방식도 허용한다. 포괄허가에는 내부 준수체계의 운영과 수출실적, 비교적 고정된 수출경로와 최종사용자 등의 요건이 연결된다. 거래경험이 많다는 설명만으로 간소한 통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받은 허가의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허가 신청과 승인은 다르다. 조례상 일반적인 심사기한은 신청 수리 후 45근무일이지만 전문가 의견 청취와 현장 확인 등에 필요한 시간은 산입되지 않으며, 상급 승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 기한의 예외가 있다. 이를 확정 납기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공급업체가 출하일만 약속하고 허가 상태를 설명하지 않으면 구매자는 생산계획의 위험을 알 수 없다.
계약에는 허가 신청의 책임, 자료제공 의무, 심사 지연 때의 통지, 선급금과 비용 정산, 승인받지 못했을 때의 처리방식을 넣을 수 있다. 통제조치의 변경을 무조건 모든 의무를 없애는 조항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증빙, 손실분담을 정해야 한다. 법적 효력은 계약과 적용법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재고정책도 바뀐다. 허가를 받는 시간이 길고 대체제품 검증이 어려운 부품은 구매가격만으로 조달처를 결정하기 어렵다. 안전재고와 대체공정, 다른 공급업체의 검증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다만 재고를 무조건 늘리는 것은 자금과 품질관리 부담을 키운다. 통제 가능성과 생산중단 비용을 품목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출통제는 출하 시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종사용자와 용도에 대한 약속, 제3자 이전 등 허가와 법령의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는 경우 필요한 허가와 절차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물품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관련 사용조건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본사가 구매한 물품을 다른 국가의 계열사로 보내는 경우도 처음 계약과 같은 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 실제 사용자와 장소, 용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같은 기업집단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생략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규칙뿐 아니라 한국과 목적지 국가의 수출입·기술보호 규정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통제 회피를 위한 경로 변경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간회사를 추가하거나 물품명을 바꿔도 실제 사용자와 용도, 제품사양은 달라지지 않는다. 잘못된 자료를 제공하면 공급업체와 구매기업 모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필요한 절차를 확인하고 거래구조를 사실대로 설명하는 것이 장기 공급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다.
내부 기록은 이 책임을 뒷받침한다. 어떤 사양으로 분류했고 어떤 허가와 조건을 확인했으며, 자료를 누가 승인했는지 남겨야 한다. 규정된 보존의무와 회사의 관리기준에 따라 계약·거래·기술자료를 관리해야 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과거 판단과 사용조건을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상무부는 2021년 내부 준수체계 지침을 내놓았고, 2024년 조례에서도 기업 내부관리와 허가 편의를 연결했다. 경영진의 책임 아래 위험평가, 거래심사, 교육과 기록관리 등을 갖추도록 하는 방향이다. 기업이 거래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관리한 정도가 당국의 허가체계와 맞물린다. 준수체계는 서류를 만드는 비용인 동시에 거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다.
이 체계가 성숙한 공급업체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미리 요구하고 제품 변경을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담당자 한 명의 경험에 의존하는 업체는 같은 물품에도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은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중국 공급업체의 분류능력, 허가경험, 자료관리와 통지체계를 공급망 평가에 넣을 필요가 있다.
강화와 완화도 공고별로 읽어야 한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海关总署)의 2025년 제70호 공고는 같은 해 제55·56·57·58·61·62호의 시행을 2026년 11월 10일까지 일시 정지했다. 이는 명시된 여섯 공고에 관한 결정으로, 기존 이중용도 품목 통제를 모두 없앤 조치가 아니다. 2026년 10월 현재의 구매계획은 정지 대상과 나머지 규칙을 나눠 보고, 정지기간 이후 선적까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생산에 필요한 시점과 허가가 확정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공급기업이 허가위험을 늦게 알리고 구매기업이 최종용도 자료를 준비하지 못하면 지연은 더 커진다. 정보의 공백을 줄이는 것이 협상력이다. 거래 초기에 분류와 신청조건을 확인하면 적어도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을 드러낼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전문인력과 기술자료 확보가 부담이다. 통제기준을 해석할 기술자와 법무인력이 부족하고, 공급업체가 사양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 담당자가 제품 이름만으로 비통제 확인서를 받는다면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 아니다. 성능표와 시험자료를 누가 확보하고 어떤 근거로 분류했는지까지 이어져야 확인서가 실제 판단자료가 된다.
대체조달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다른 공급업체 제품을 쓰려면 고객승인, 공정변경과 신뢰성 시험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수출통제 위험은 구매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연구개발·생산·영업의 공동 과제다. 고객 계약에서 허용하는 변경범위와 실제 검증기간을 알아야 대체조달 계획이 현실성을 갖는다.
금융과 보험도 허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무역금융은 거래의 자금흐름을 지원하고 보험은 약정된 위험을 분담할 수 있지만 불허된 수출을 허용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은행과 투자자는 매출계약의 존재뿐 아니라 허가 의존도와 납기지연 위험을 심사해야 한다. 계약잔고와 실제 공급 가능한 매출을 구분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허가가 지연될 때도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 자료 부족, 품목분류의 불확실성, 사용자 확인과 정책상 제한은 각각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공급업체의 설명만 기다리기보다 어떤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 중인지 기록하면 생산계획과 고객 통지의 근거가 된다. 납기 불확실성을 감추는 것보다 조건을 일찍 공유하는 편이 공급망 전체의 손실을 줄인다.
한국 기업은 통제위험이 높은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고 연구개발 단계부터 기술사양과 대체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공급계약에는 자료제공과 허가상태 통지, 변경과 취소, 손실분담을 반영할 수 있다. 완성품을 수출하는 대기업은 협력사가 쓰는 중국산 핵심 소재·부품의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직접 구매하지 않았다고 공급망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무역지원기관은 통제목록의 번역을 넘어 품목분류 상담과 공식 문의, 현지 절차 확인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산업단지는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대체부품을 시험하고 고객 승인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지원 성과도 상담 건수뿐 아니라 대체품 검증에 걸린 기간과 실제 전환 가능한 품목의 수로 평가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공동연구 협약과 장비 구매계약에 기술자료의 제공범위, 최종용도와 제3자 이전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시제품 부품을 고를 때 양산과 해외판매까지 이어질 공급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연구용 샘플이라고 검토에서 빼거나, 소량 구매 때의 조건이 대량생산에도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면 투자 이후 사업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고객에게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양방향 규칙을 봐야 한다. 중국 측 수출관리만 이해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한국의 전략물자·기술보호와 상대국의 수입·사용규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거래마다 적용되는 법과 역할을 나눠야 협력의 범위를 안전하게 정할 수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 밖에 또 하나의 공급조건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을 샀는가뿐 아니라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거래의 일부가 된다. 한국 기업은 더 싼 중국 부품을 찾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그 부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허가·계약·대체조달 경로까지 확보할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