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을 선보이러 온 기업은 투자자를 찾고, 기술을 살피러 온 방문객은 사업협력 가능성을 가늠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스타트업과 새로운 일터를 찾는 구직자도 마주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주관해 지난 14~1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경기 스타트업 서밋'은 기업의 다음 행선지를 잇는 '성장의 환승역'이었다.
전시부스에서는 기술의 쓰임을 보여주고, 기업설명회(IR) 무대에서는 고객과 시장,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밋업존과 네트워킹 라운지는 투자·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공간으로, 채용라운지는 기업과 인재를 잇는 접점으로 마련됐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투자와 채용을 고민하는 기업이 각자의 다음 단계를 찾아 한 공간에 모였다.
개막식 무대에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AI사피엔스'가 등장했다. 로봇은 추미애 경기지사에게 빛을 품은 오브제 '혁신의 빛'을 건넨 뒤 팔짱을 끼고 손을 흔들었다. 오브제의 빛이 무대 전체로 퍼지며 개막을 알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AI사피엔스는 전시장에서도 시선을 모았다. 그룹 코르티스의 '레드레드(REDRED)'에 맞춰 춤을 추다가 태권도 동작을 선보였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로보티즈는 이번 전시 참가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개막행사에 초청돼 관람객과 만났다.
로봇을 따라 움직이던 발길은 에이플라 부스로 이어졌다. 에이플라는 일반 영상에서 사람의 3차원(3D) 동작을 추출하고, 이를 로봇 시뮬레이터를 거쳐 제어 데이터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무대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봤다면, 부스에서는 그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술을 살필 수 있었다.
경기 AI 디지털배움터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인공지능(AI)을 다뤘다. 제미나이에 입력할 문장을 만들고 AI와 오목을 뒀으며, 사진을 애니메이션풍 그림으로 바꿔 봤다. 로봇 시연을 보던 관람객이 AI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체험으로 옮겨 갔다.

IR 무대 앞에서 만난 김광진·김태승씨는 발표와 심사위원의 질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려동물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두 사람에게 이 무대는 언젠가 자신들도 서게 될 자리였다. 이들은 “기업들이 사업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질문을 받는지 보고 싶었다”며 “예비 창업자로서 미리 경험을 쌓으러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구상한 사업은 반려동물의 식습관을 관리해 비만을 줄이는 플랫폼이다. 아직 회사를 세우기 전으로, 플랫폼에서 시작해 제품 제조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발표 방식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기업도 있었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 필드로는 폐기물 수거·운반과 재고조사에 쓰는 로봇을 선보였다. 'G-Leaders 10'에 선정된 뒤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IR 요청을 받았고, 행사 기간 투자사 11곳과 발표 일정을 잡았다.
성기석 필드로 사업총괄본부장은 “시리즈A 투자를 준비하는 시점에 기술을 알리고 투자사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며 “G-Leaders 10 선정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은 기술을 홍보할 기회가 많지 않고 비용 부담도 크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경기도와 경과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서밋에는 스타트업 162개사와 유관기관·대·중견기업 22곳 등 모두 184개 기업·기관이 참가했다. 전시장에는 AI·로봇부터 바이오·기후환경·콘텐츠까지 분야별 부스가 들어섰다.
기업들은 부스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기업설명회(IR) 무대에서 사업모델을 설명했다. 상담 테이블에서는 투자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G-스타 오디션' 도약리그 결선과 판교 스타트업 투자교류회, 대·중견기업과의 일대일 사업협력 미팅도 열려 기업과 투자자, 협력사를 이었다.
대표 기업 공동관을 따라가면 기술이 쓰일 현장도 달라졌다. 스타키움은 설계 요구와 대지·법규 조건을 해석해 도면 작성을 돕는 '아키파일럿'을, 오리누는 문서를 점자와 음성으로 바꾸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에이치오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닿지 않는 산업현장에서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고 무인 점검을 지원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뉴로플로우는 현장 위험성평가 문서 작성을 돕는 '세이프플로우'를 전시했다.
산업현장에서 생활공간과 의료 현장으로 관심을 넓히는 기술도 이어졌다. 유니유니는 영상 촬영 없이 낙상·실신 징후를 감지하는 '새비'를, 아이메디텍은 상처에 나노섬유 피복막을 형성하는 장치를 선보였다. 웰스케어는 착용형 레이저 의료기기를 소개했다. AI를 기기에서 구동하도록 돕는 에임퓨처의 반도체 설계자산과 AI 실행을 검증하는 아르바랩스코리아의 기술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와 경과원은 필드로를 포함한 이들 10개사를 'G-Leaders 10'으로 선정해 전용 부스와 홍보, 투자사·대기업과 교류 기회를 제공했다.
공동관에서 기술의 쓰임을 살폈다면, 밋업존에서는 투자와 해외 진출 가능성을 논의했다. 행사에는 글로벌 투자자 42명이 참여했고, 사전 매칭을 통한 일대일 투자 밋업은 480건 규모로 편성됐다. 영어 IR 오디션과 기술협력 성과공유회 등을 포함해 이틀간 마련된 프로그램은 모두 43개였다.

기술과 투자에 관한 대화가 오가던 전시장 한편에는 채용라운지가 마련됐다. 이곳에서 기업과 구직자가 나눈 이야기는 함께 일할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이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구직자가 쌓아온 경험을 맞춰보는 상담이 이어졌다.
운영을 맡은 스타트업 채용 컨설팅 기업 캔디드는 행사에 앞서 기업 30여 곳의 신청을 받았다. 기업의 채용 수요와 후보자의 경력·강점을 파악해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평소 기업 방문이나 일대일·화상 상담으로 시작하던 채용 논의가 이날은 전시장 안에서 이뤄졌다.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고, 구직자는 전시장에서 접한 기업에 채용 기회가 있는지 살폈다. 기술을 선보이고 투자와 고객을 찾는 행사에서, 다음 성장을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자리로 대화가 이어졌다.
캔디드 관계자는 “평소에는 기업을 방문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먼저 상담하고 후보자를 찾는다”며 “행사장에서 기업과 구직자를 만나 상담하는 방식은 이례적이고, 기회가 되면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오간 성장의 과제는 자금 확보와 사업화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김태형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장은 시제품을 만들고도 사업화 자금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연락을 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짚었다.
김 위원장은 “스타트업 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도의회도 경기도와 협력해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스타트업이 미래 먹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기업의 노력에 공공의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는 뜻을 '줄탁동시'에 빗대 설명했다. 병아리가 알 안에서, 어미 닭이 밖에서 함께 껍질을 쪼듯 스타트업의 혁신이 투자와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경기도가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였다.
구체적인 지원 방향도 제시했다. 규제에 막힌 신기술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사업화 기회를 열고, 해외 진출 기업에는 공동연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 투자 유치를 지원한다. 대·중견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사업협력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경기도도 밖에서 함께 껍질을 두드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며 규제샌드박스와 대·중견기업 협력을 통한 사업화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미래산업에 길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으로 경기미래투자공사를 구상하고 논의하고 있다”며 “소재·부품·장비와 연구개발 등 성과에 시간이 필요한 분야까지 투자 범위를 넓힐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