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브라질산 계란 112만개를 들여오는 데 투입한 16억원 가운데 실제 구매비용은 2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가격은 다른 수입국보다 비싸지 않았지만 장거리 항공운송비와 관세 등이 더해지면서 최종 수입단가가 높아졌다.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수입 차질에 대비해 브라질산을 시범 도입한 만큼 비상 공급망 구축에 의미를 두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도입한 브라질산 신선란은 약 112만개로 전체 물량 1억3324만개의 0.8%다. 총 16억원 중 현지 구매비는 2억원이며 나머지 14억원은 항공운송비와 관세 등 제반 경비로 집계됐다.
브라질산 계란의 현지 구매가격은 개당 178원으로 최종 수입단가의 12.1%에 그쳤다. 항공운임 959원과 관세 307원, 보관·운송료 20원이 더해져 국내 도착 기준 단가는 1464원으로 산정됐다. 전체 수입비용은 약 16억원이지만 브라질 현지 구매비는 2억원에 불과하며, 관세 3억원은 국내 세입으로 귀속됐다.
브라질산 계란을 시범 수입한 배경은 지난겨울 AI 확산으로 불거진 국내 수급 불안 때문이다. 당시 국내 산란계의 13.7%인 1134만마리가 살처분됐고 생산기반 회복에도 6~9개월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1월에는 미국산 계란이 애틀랜타공항에서 출발을 앞두고 현지 AI 발생으로 계약 물량 도입이 취소됐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처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신선란 수입이 가능한 10개국을 검토했지만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폭염 피해로 물량 확보가 어려웠고 폴란드와 뉴질랜드는 수출 희망업체가 없었다. 이에 미국산 도입을 유지하면서 3월 태국, 7월 브라질, 9월 덴마크로 조달 경로를 넓혔다.
브라질은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 국가로 겨울철 AI 발생 시 대체 공급처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도 올해 8월까지 브라질산 신선란 2000만개를 들여왔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수입위생요건 적용과 해외작업장 등록, 국제운송, 검역·통관, 국내 유통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 국내 동물검역과 식품검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아 긴급 상황에 활용할 신규 공급경로를 마련했다.
올해 미국·태국·브라질·덴마크 등 4개국에서 계란을 들여오는 데 국내 유통비를 포함해 약 819억원이 소요됐다. 정부는 국가별 도입 원가와 관계없이 판매가격을 책정했으며 전체 수입 기간 평균 공급가는 개당 131원이었다. 원가를 그대로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국내 수급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높은 물류비는 향후 수입 확대의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이번 시범 도입의 비용과 효과를 평가하고 국내 수급 상황, 국가별 공급 안정성, 운송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추가 물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브라질산 계란의 현지 구매가격은 다른 수입국보다 비싸지 않지만 장거리 항공운송과 관세 등으로 수입단가가 높아진 것”이라며 “이번 시범 도입은 AI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신규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