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1억원을 벌어도 소득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배달라이더의 불합리한 금융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배달라이더의 소득증빙 사각지대를 지적하고, 배달플랫폼·보증기관·은행이 협력하는 새로운 금융지원 모델을 제안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약 150만명, 이 가운데 배달라이더는 약 5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달 꾸준히 소득을 올리지만, 은행에서는 소득이 없거나 실제보다 적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소득 발생 시점과 공식 소득증빙 시점 사이 시차다. 라이더가 제출할 수 있는 원천징수영수증 등은 시중은행에서 대출 심사에 필요한 소득증빙자료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거쳐 발급되는 국세청 소득금액증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소득금액증명은 실제 소득이 발생한 뒤 길게는 1년 반 이상 지나서야 해당 소득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는 소득이 플랫폼별로 분산돼 전체 수입을 제대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소득이 있어도 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에 의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번 돈을 제때 증명하지 못해 은행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면서 “배달라이더의 금융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플랫폼 소득확인 → 보증기관 보증서 발급 → 은행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는 3자 협력모델을 제안했다.
라이더 동의를 받아 플랫폼이 최근 소득을 확인하면 보증기관은 이를 토대로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보증서와 상환능력 심사를 바탕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플랫폼은 소득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증으로 충당되지 않는 위험의 일부를 예치금으로 분담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보유한 라이더의 월별 소득자료(간이지급명세서)를 본인 동의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금융권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여러 플랫폼에서 발생한 소득을 통합 확인하고, 실제 소득에 걸맞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안 의원은 “소액 비상금 대출만으로는 라이더의 실제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대출 이용 및 상환 실적에 따라 한도를 확대하고, 부업 라이더와 중·저신용 라이더도 합리적인 심사를 거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어 “특정 플랫폼만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배달업계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배달의민족 측은 “취지에 공감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안 의원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득증빙 문제로 고금리 금융에 내몰리던 라이더들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50만 배달라이더가 일해서 번 소득을 금융권에서도 정당하게 인정받도록 출시 일정과 예치금 규모, 지원 대상, 대출금리·한도 등 구체적인 이행 상황을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