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이면 밥맛이 달라졌다. 원인을 찾던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이 올라탄 곳은 쌀을 나르는 트럭이었다. 운송 중 쌀 온도는 최대 50도까지 치솟았다. 결로와 균열로 신선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확인한 연구진은 도정한 쌀을 옮기는 시간부터 줄였다. 지금의 햇반 당일 도정 체계로 이어진 출발점이다.
출시 30주년을 맞은 햇반의 연구개발(R&D)은 밥맛을 흔드는 변수를 찾고 제어하는 과정이었다. 쌀의 품종과 수분, 도정 후 경과 시간부터 전자레인지에서 열이 전달되는 용기 구조까지 연구 대상이다. 이제는 영양성분을 설계하는 기술을 더해 소비자의 건강관리 수요에 맞는 밥으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온·고압 견디는 단백쌀…밥의 영양을 설계하다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간담회에서 소개한 차세대 소재는 '성형쌀'이다. 식물성 단백질 등의 소재를 쌀알 모양으로 가공한 것으로, 오는 12월 출시할 '햇반 단백질 잡곡밥'에 적용한다. 회사에 따르면 식물성 단백쌀을 활용해 계란 흰자 3개 이상의 단백질 함량을 구현했다.
단백쌀은 기존 쌀을 모두 대체하기보다 곡물 원물에 영양성분을 보완하는 소재다. 원물의 종류와 배합비를 조절하던 방식에서 소재 자체의 영양 구성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확장한 것이다. 제조공정을 거친 뒤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곡물과 함께 씹었을 때 식감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성형쌀은 쌀 원물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쌀 모양으로 가공한 신규 소재”라며 “기존에도 곡물 분말을 이용한 가공 제품은 있었지만, 고온·고압 스팀을 사용하는 햇반 공정에서는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햇반 공정에서도 형태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독자적으로 개발해왔고, 그 결과물을 올해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재 개발의 기반은 원료에 맞춰 제조 조건을 조절하는 공정 기술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환경과 보관 상태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도정 조건뿐 아니라 쌀에 수분을 얼마나 빠르고 균일하게 흡수시키느냐도 밥맛을 좌우한다.
회사는 운송 과정의 신선도 저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자체 도정설비를 도입했다. 2006년 도정 후 3일 이내 쌀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췄고, 2010년에는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만드는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원들은 햇곡 수매 시기에 전국 산지를 찾아 벼의 건조·보관 상태까지 점검한다. 가마솥과 압력밥솥,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을 비교하며 찰기와 식감도 분석한다. 익숙한 밥맛을 대량생산 공정에서 재현하기 위한 작업이다.
보존료 없이 9개월간 상온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무균화 제조와 포장 기술 덕분이다. 쌀 표면의 미생물을 고온·고압 스팀으로 살균한 뒤 밥을 짓고, 청결도를 관리하는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로 밀봉한다. 제조 단계에서 미생물을 제어하고 포장 이후 외부 오염을 차단하는 구조다.
◇용기 바닥까지 연구…신제품 기획에는 AI 접목

밥을 담는 용기도 보관과 조리를 동시에 고려한다. 원형의 대칭 구조와 오목한 바닥, 미세한 주름은 전자레인지에서 밥이 고르게 데워지도록 설계했다. 용기 외형을 이루는 20개의 각은 기둥처럼 외부 충격을 견디고 찌그러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용기 재질은 3중 구조다. 외부층은 강도를 보강하고, 중간층은 산소 유입과 향의 이동을 차단하며, 내부층은 수분 손실을 막는다. 상단을 밀봉하는 필름에도 접착·산소차단·강도보강·인쇄 기능을 나눈 4중 구조를 적용했다. 공장에서 나온 뒤 소비자가 데워 먹는 순간까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다.
신제품 기획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마케터와 연구원들은 '푸드 AI 360'으로 한국과 미국의 식품 트렌드를 포착하고 제품 콘셉트를 도출한다. 소재와 공정 연구에 더해 시장 수요를 제품에 반영하는 속도도 높이려는 시도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포착한 트렌드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다양한 조합의 제품 콘셉트를 제안한다”며 “제안된 콘셉트는 대화형으로 수정할 수 있고, 내년에는 디지털 패널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구성원들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시장 조사와 기획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여러 콘셉트를 빠르게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 실장은 “조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다양한 시도를 짧게 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출시하는 신제품의 속도와 다양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