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수세 지속됐지만 신규자금 유입 둔화
국내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이 4개월여 만에 50조원 넘게 감소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매수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2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8조6,841억원으로, 올해 1월 13일(88조489억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 4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139조6,947억원과 비교하면 약 4개월여 만에 51조원, 36.5%가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미사용 자금으로, 증시의 잠재적 매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탁금 감소가 곧바로 자금의 증시 이탈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신규 매수에 활용할 수 있는 대기자금이 줄었다는 점에서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예탁금이 고점을 기록한 6월 4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4조1,66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1,456억원을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규모도 28조2,538억원에 달했다. 기존 대기자금 상당 부분이 주식과 ETF 매수에 투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반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에도 불구하고 신규 자금 유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예탁금이 증가했다. 반면 6월 이후에는 순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탁금이 감소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로 새롭게 유입되는 자금이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증시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지만, 대기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 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예탁금 감소만으로 코스피의 추가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동향, 기업 실적, 금리 등도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예탁금이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난 1월 13일 코스피는 4,692.64였다. 지난 22일 종가 5,533.77보다 약 841포인트 낮다. 지수는 연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시의 대기자금은 사실상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예탁금 감소세가 진정되고 신규 자금 유입이 회복될지가 향후 시장 수급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