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중국 무인광산트럭,대형 발주자가 바꾼 생산의 분업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광산에서 트럭 한 대가 멈추면 뒤따르던 차량뿐만 아니라 굴착기와 파쇄기의 작업도 흔들린다. 운전석을 없애는 기술의 가치는 이 생산 순환 안에서 결정된다. 광산이 구매하는 것은 생산계획에 맞춰 흙과 광석을 옮기는 능력이다. 중국 무인광산 운송의 핵심은 대형 발주자가 차량·통신·관제의 분업을 조직하고, 그 결과를 실제 운반량과 복구시간으로 바꾸는 데 있다.

2025년 5월 네이멍구(内蒙古)의 이민(伊敏) 노천광산에서는 전기 무인광산트럭 100대가 편성 운영에 들어갔다. 중국화넝그룹(中国华能集团), 쉬궁그룹(徐工集团), 화웨이(华为) 등이 참여했다. 화웨이는 적재능력 90톤과 영하 40도 작업 성능을 제시했다. 이 사업에서 눈여겨볼 것은 차량 대수만이 아니다. 한 구매자가 여러 공급자의 장비와 통신망, 관제를 같은 생산계획에 맞춰 도입했다는 점이다.

[테크 차이나] 중국 무인광산트럭,대형 발주자가 바꾼 생산의 분업
광산이 사는 것은 차량 한 대가 아니다

노천광산의 트럭은 굴착기 앞에서 적재하고 정해진 장소에 내려놓은 뒤 돌아온다. 트럭 속도가 빨라도 적재가 늦으면 운반량은 늘지 않고, 파쇄기가 멈추면 하역장에 대기열이 생긴다. 배차의 과제는 차를 최대한 빨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설비가 받을 시각에 물량을 공급하는 일이다. 자율주행기업의 성적표에 적재·하역 설비의 상태가 함께 들어오는 까닭이다.

지표의 흙과 암석을 걷어내는 운반은 채굴공간을 확보하고, 채굴한 석탄을 파쇄기로 보내는 운반은 후속 공정에 원료를 공급한다. 같은 트럭이어도 작업면의 이동과 하역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광산의 주문은 범용 자율주행차를 일정 대수 들이는 구매보다 특정 공정의 운송을 맡기는 거래에 가깝다. 어느 구간에서 시간을 잃고 있는지가 차량 수와 도입 범위를 결정한다.

출입과 작업구역을 통제할 수 있고 반복 운행이 많다는 특성은 광산의 장점이다. 그러나 발파와 굴착으로 도로가 바뀌고 분진은 센서를 가리며, 적재량과 경사에 따라 제동 조건도 달라진다. 새 도로를 현장에만 알리고 관제에 반영하지 못하면 차량이 정상이어도 생산은 끊긴다. 도로 변경의 통지, 지도 수정, 새 경로의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알고리즘의 판단속도만큼 중요해진다.

이런 차이는 도입 성과의 계산에도 반영된다. 운반거리·경사·적재량이 다른 광산의 시간당 운반량을 단순 비교하면 차량 성능과 작업 조건이 섞인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값은 비슷한 조건에서 줄어든 대기시간과 실제 적재물을 운반한 시간, 생산계획을 충족한 교대조의 비율이다. 악천후의 작업 축소와 고장 복구까지 포함한 기록이 쌓여야 연중 필요한 예비차량과 인력의 비용이 드러난다.

한 구매자가 차량과 현장을 묶는 방식

중국의 대형 노천광산은 반복 물량과 장비 구매력을 함께 제공한다. 공급자는 여러 현장에서 같은 차량·관제 제품을 적용할 기회를 얻고, 광산은 개별 업체를 상대하는 데서 전체 작업을 조정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다만 구매력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이 결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차량을 검수하는 부서와 생산을 지휘하는 부서, 안전을 승인하는 조직의 판단이 어긋나면 납품을 마친 장비도 현장에 묶인다.

이민과 같은 사업을 역할로 나누면 광산 운영사의 작업순서·도로, 차량업체의 제동·조향·구동계, 기술기업의 인지·배차·원격개입이 맞물린다. 통신망은 작업경로의 영상 전송과 관제를 받친다. 광산이 작업점을 옮기는 순간 이 역할들이 함께 움직여야 생산이 이어진다. 대형 구매자는 설비를 한꺼번에 구입할 뿐만 아니라 공급자 사이의 변경 비용을 조정하는 위치에 선다.

국가에너지그룹(国家能源集团)이 2025년 3월 공개한 노천광산 사례는 무인차량 22대와 원격조종 굴착기 3대를 네 개 편성으로 묶었다. 상차·운반·하역을 하나의 작업 편성으로 연결한 체계다. 차 안의 자동화가 상차 장비와 결합하면서 경쟁의 단위도 달라진다. 차량을 잘 달리게 하는 공급자에서, 다른 회사의 장비와 한 교대조의 물량을 맞추는 공급자로 사업의 범위가 넓어진다.

확장에는 역설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복제하는 비용은 낮아져도 새 광산의 노면과 교차로, 적재 위치를 조사하고 기존 보조장비의 움직임에 맞추는 작업은 다시 필요하다. 초기 원격개입이 많다면 신규 수주가 현장 기술자와 관제자의 수요를 먼저 늘린다. 장비를 많이 보낸 기업이 고객의 생산기준을 빨리 충족하는 기업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장 숙련을 늘리는 속도가 매출을 실현하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발주조건에는 이 부담이 드러난다. 국가에너지그룹의 2025년 12월 신장(新疆) 훙사취안(红沙泉) 1호 노천탄광 공고는 무인차량 24대를 검수·투입 후 6개월 동안 임차하도록 했다. 운행횟수·물량·거리를 광산 플랫폼에 연결하고 무인운영·원격조종 인력을 배치하되, 차량의 기계적 유지보수는 제외했다. 임차료에 포함된 운영 업무와 별도로 남는 정비비가 같은 차량의 비용을 다르게 만든다.

사람이 빠진 운전석 뒤에 남는 안전 책임

2026년 2월 시행된 탄광 안전규정(煤矿安全规程)은 이 분업에 안전의 경계를 부여했다. 제554조는 노천탄광의 원격·무인 장비에 상태·주변 환경 감시와 고장 감지, 자동 회피·비상정지 기능을 요구한다. 제613조는 위성위치 관제와 원터치 긴급정지, 광산 관제실과 차량의 실시간 통신을 규정한다. 생산 지휘차량과 보조장비의 상호작용 단말도 요구된다. 신기술·공정 시험은 광산기업의 안전대책 승인을 거쳐 관할 지방 탄광 안전감독부서와 감찰기관에 보고한다. 탄광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광산이 기술기업에 맡길 수 있는 업무와 계속 책임질 의무도 구획된다. 국가광산안전감찰국(国家矿山安全监察局)의 2026년 6월 지침은 광산과 상위기업 책임자의 안전 의무를 명시하고, 외주를 이유로 안전관리를 방치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실제 수요에 맞는 전담 안전·기술인력도 요구했다. 차량 제어를 외부에 맡기는 계약은 광산의 생산 지휘와 위험 관리 조직을 대체하는 계약이 아니다.

운전직의 감소는 인력 비용이 사라진다는 뜻보다 업무가 재배치된다는 뜻에 가깝다. 여러 차량의 경고가 동시에 뜨면 관제자의 개입이 몰리고, 원격으로 해결하지 못한 고장은 현장 출동으로 넘어간다. 여기에 교대 인력과 기존 운전자의 재교육이 붙는다. 평소 한 대의 경고를 처리한 시간만으로 담당 대수를 정하면 이런 동시 대응의 비용을 놓친다. 인건비 절감액은 남아 있는 업무의 비용을 뺀 값이다.

정비를 위해 사람이 다시 차량에 접근하는 순간에는 권한의 인계가 필요하다. 제613조는 무인차량 작업 중 승하차와 정비를 금지한다. 차량을 멈춘 관제자와 구동을 차단한 정비자, 철수 후 재가동을 승인하는 담당자가 같은 상태를 보고 있어야 안전한 복구가 가능하다. 비상정지 횟수를 무조건 줄이는 구매조건은 위험 회피에 필요한 정지까지 억제할 수 있다. 성과지표의 설계가 현장 행동을 바꾸는 지점이다.

차량을 누가 보유하느냐가 현금흐름을 바꾼다

같은 무인운송 기술도 차량의 소유에 따라 다른 사업이 된다. 화위안증권(华源证券)의 2026년 2월 보고서가 구분한 차량·장치 판매와 운영서비스, 공급자 보유 차량과 고객 보유 차량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이콘(易控智驾)처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서 차량까지 보유하면 물량 수입과 투자·감가상각이 함께 늘어난다. 고객 차량에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은 자산 부담을 줄이지만 현장 지원과 대금 회수의 부담은 남긴다.

시디즈자(希迪智驾)의 2025년 연간 공시는 무인광산트럭 솔루션 630대·세트 납품을 보고했다. 완성차와 장치를 포함한 집계다. 회사 전체 매출총이익률은 24.7%에서 21.4%로 낮아졌고, 회사는 차량을 포함한 판매 비중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납품이 늘면서 하드웨어 매출이 커지면 기술기업의 외형과 이익률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투자자가 사는 성장의 내용은 어느 매출이 늘었는가에 달려 있다.

물량에 따라 대금을 받는 사업에는 생산계획의 위험도 흘러든다. 같은 부피라도 토석과 석탄은 작업 조건이 다르고 작업면이 이동하면 운반거리가 늘어난다. 굴착기가 고장 나면 운송사가 잘못하지 않아도 차량과 인력은 기다린다. 운반 단가에 도로 유지·에너지·타이어·원격개입을 어디까지 포함하는지, 대기와 거리 변경을 어떻게 정산하는지에 따라 공급자의 이익이 달라진다. 통제하지 못하는 비용까지 떠안으면 기술 개선으로 벌어들인 몫도 줄어든다.

차량을 보유한 공급자는 이익뿐만 아니라 돈이 돌아오는 시점에도 민감하다. 검수·청구·입금의 간격이 길어지는 동안 급여와 부품값은 먼저 나간다. 임차·운송계약이 금융 상환보다 먼저 끝나면 갱신 실패가 자금 압박으로 이어진다. 특정 광산의 관제에 맞춘 개조가 많을수록 다른 현장으로 옮기는 비용도 커진다. 대형 고객의 안정적인 운반 수요가 개별 공급자의 현금흐름까지 안정시키는 것은 아니다.

현장을 늘리는 속도보다 복구능력이 먼저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는 차량 수에 비례해 생기지 않는다. 여러 현장에서 같은 부품과 관제 제품을 쓰면 구매·개발비를 나눌 수 있지만, 광산마다 다른 경로와 혼재장비에 대응하는 인력은 쉽게 줄지 않는다. 새 현장을 열수록 기존 현장의 기술자를 빼 와야 한다면 수주 확대가 복구 지연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공통 제품으로 처리할 업무와 현장에 남길 업무를 나누는 능력이 확장의 수익성을 가른다.

노면이 파이면 타이어와 현가장치가 빨리 닳고, 수리부품이 멀리 있으면 인지 성능과 관계없이 복구가 늦어진다. 전기차량에는 충전·교환 일정과 전력 공급의 제약도 붙는다. 관제에서 아낀 시간을 부품 대기에서 잃으면 고객이 체감할 개선은 작아진다. 예비부품과 정비인력, 에너지 설비에 투자한 비용은 차량 인도 뒤에도 계속 발생한다. 운송 계약을 오래 유지할 능력이 이 반복 비용을 감당할 수입을 결정한다.

중국 기업의 경쟁 상대도 이미 현장을 축적한 공급자들이다. 고마쓰는 2026년 4월 초대형 자율운송 트럭의 누적 투입 1000대를 발표했다. 중국의 특징은 자국 대형 수요를 바탕으로 차량 제조와 통신·관제를 여러 현장에 묶어 적용한다는 데 있다. 해외 고객에게는 중국 내 도입 속도와 함께 기존 장비를 얼마나 활용하고 현장 변경·정비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가 구매의 기준이 된다.

리오틴토가 글로벌 광업 가이드라인 그룹에 공개한 사례는 직원 상담과 교육기관 연계, 직무 재교육을 자동화 과정의 일부로 다뤘다. 중국 기업도 해외에서 현지 작업자가 개입하고 현지 사업자가 변경을 승인할 수 있도록 업무를 옮겨야 한다. 숙련을 본사 기술진에게만 남기면 현장을 늘릴 때마다 상주 비용이 따라붙는다. 원격 진단과 운행 기록을 현지 정비팀이 해석할 수 있는지가 장비 수출 이후 사업의 크기를 바꾼다.

한국의 첫 사업은 기존 고객의 운반 구간 하나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대형 노천탄광 수요를 전제하기 어렵다. 첫 사업은 건설기계 기업이 이미 장비와 정비망을 공급하는 해외 광산의 굴착기 적재장과 왕복 운반 구간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광산 운영사가 고객이자 비용을 내는 주체가 되고, 장비·자율주행·통신기업이 유료 시험운송을 제안할 수 있다. 같은 작업 조건의 대기·운반·복구시간을 도입 전후로 비교하고 안전 검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증설을 중단하는 계약이다.

이 사업에 필요한 국내 실증의 역할은 해외 광산을 흉내 내는 데 있지 않다. 지자체는 지역 채석장이나 산업현장에서 경사·적재량·혼재 조건이 맞는 제한구간을 제공하고, 정부는 통신단절·비상정지·정비 재진입의 공통 시험항목을 지원할 수 있다. 대학은 관제자의 동시 대응과 제동을 검증하며 기존 운전자의 직무 전환 교육을 맡는다. 시험 결과가 해외 고객의 생산기술팀·안전팀 검수에 쓰일 때 국내 예산과 수출사업이 이어진다.

스타트업의 자리는 그 구간에서 반복되는 작은 고장에 있다. 다기종 장비의 신호 변환, 정지 원인 분류, 부품 소모 예측을 현지 정비팀에 제공하고 생산 중단시간과 출동을 줄인 대가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장비기업은 부품 공급기한과 장애 통보·복구 목표를 서비스에 묶는다. 첫해 시험을 마친 뒤 광산이 다음 해 정비·운영 예산으로 재구매하는지가 설치 대수보다 분명한 시장의 신호다.

금융권에는 이 첫 구간의 검수·입금 일정과 계약 종료 후 장비 회수 가능성이 자금 공급의 기준이 된다. 차량 자금과 기술·운영 자금을 나누고, 광산 중단이나 갱신 실패에도 부품과 인력을 유지할 운전자금을 계산할 수 있다. 한국 산업계는 어느 해외 고객의 운반 구간에서 생산중단과 안전한 복구까지 책임지고 첫 유료 재계약을 받아낼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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