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중증질환 특화 의료진이 원격진료 플랫폼을 이용해 2차 소견을 제시하고, 현지 의료진에 대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국제 협력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이미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 원격 협진과 클라우드 기반 교육을 시작한데 이어 필리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범위를 확대한다.
글로벌 스마트병원연합(SHA) 설립자이자 헬스온클라우드 대표인 전상훈 서울의대 명예교수(전 분당서울대병원장)는 28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제6회 국제 헬스케어 및 메드테크 컨퍼런스(IHMC)'에서 본지와 만나 “올 연말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정식 협력을 맺고, 내년부터 6~7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중증질환에 특화한 원격진료 기반 2차 소견을 제공하고 현지 의료진 대상 교육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헬스온클라우드는 국가 간 중증질환 원격진료와 의료교육을 지원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 '메드티스'(MEDTIS)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을 토대로 헬스온클라우드와 SHA는 올해 멕시코와 콜롬비아에 원격진료 기반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연방 보건부와 중국 현지 대학·병원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제 협력 범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 교수는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동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도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확산을 강조했다.
김동일 이사는 “인도네시아는 섬이 약 1만7508개, 필리핀은 약 7641개인 대규모 군도 국가여서 균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양질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며 기술 활용이 보편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상훈 교수는 원격의료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주체가 국제 진료 협력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원격의료는 단순히 환자와 의료진을 실시간 연결하는 게 아니라 영상, 모바일 앱, 메시지 등 다양한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시간·장소 제약을 줄이고 진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상 의료'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며 “스마트병원 역할도 진료·교육·연구를 넘어 환자·학계·산업계를 연결하고 신기술을 검증해 실제 진료에 적용하는 혁신 거점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간 원격의료는 단일 병원이나 단일 국가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첨단 기술과 글로벌 협력을 미래 의료의 주요 축으로 삼고 다양한 주체가 새로운 의료 서비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사로 나선 짐 림 파이브나인벤처스(59stVentures) 창업자는 'AI 네이티브 병원'을 구현하려면 병원,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은 의료 데이터와 진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협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술 기업, 의료기기, 제약사, 정부, 스타트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가 있어야 실질적인 병원 AI가 작동할 수 있으며 특히 만성질환과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가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상균 스탠퍼드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 석학 펠로우(서울대 명예교수)는 “AI가 과학 연구, 병원 운영, 평생 건강관리를 연결하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다”며 개별 업무를 지원하는 AI를 넘어 여러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감독 아래 협업하는 병원을 미래 의료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한편 29일에는 '글로벌 스마트·디지털 헬스케어 규범'에 대한 '서울선언 2026' 선언식이 열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그리스, 멕시코, 중국, 러시아, 영국, 미국, 튀르키예, 몽골, 필리핀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해 의료기관 간 연결에 기반한 글로벌 의료서비스 발전에 뜻을 함께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과 국제 협력 기반을 모색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