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68명 사망' 스페인, 올해만 두 번째 열차사고… “한국인 10명 탑승, 2명 다쳐”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탈선한 차량. 사진=AP 연합뉴스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탈선한 차량. 사진=AP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고속열차가 선로에 멈춰 있던 다른 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최소 6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스페인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형 고속철도 사고다. 이번 사고로 한국인 2명도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국영 철도회사 렌페(RENFE)가 운행하는 고속열차가 선로에 정차해 있던 민간 철도회사 이리요(IRYO)의 고속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정부는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졌으며 58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사고 열차에는 한국인 1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탈선한 차량. 사진=AFP 연합뉴스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탈선한 차량. 사진=AFP 연합뉴스

사고가 난 두 열차는 모두 마드리드에서 세비야 방면으로 같은 방향으로 운행 중이었다. 렌페 열차가 정차해 있던 이리요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으면서 이리요 열차 뒤쪽 객차 2량과 렌페 열차 앞부분이 탈선했다. 사고 당시 렌페 열차에는 397명, 이리요 열차에는 147명이 타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충돌 충격으로 객차가 심하게 파손되고 잔해가 철로 주변에 흩어졌다. 렌페 열차에 타고 있던 한 영국인 관광객은 AP에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바닥으로 쓰러졌다”며 “앞쪽 객차들이 완전히 부서졌고 곳곳에 피가 보였다”고 전했다.

당국은 철도 안전 시스템 장애 이후 관제센터가 열차 운행을 재개하도록 지시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0분께 약 63㎞ 구간의 안전 시스템이 컴퓨터 장애로 작동을 멈추면서 해당 구간의 모든 열차가 정차했다.

그러나 중앙 관제센터는 이후 렌페 열차에 별도의 속도 제한 없이 운행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렌페 열차는 오전 8시 53분께 정차해 있던 이리요 열차와 충돌했다.

푸엔테 장관은 당시 해당 선로에 여전히 '정지 신호'가 켜져 있었기 때문에 운행 재개 지시가 내려져서는 안 됐으며, 운행을 재개하더라도 속도를 크게 줄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열차의 정확한 속도는 조사 중이지만 해당 구간에서는 시속 200㎞까지 운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푸엔테 장관은 관제센터의 결정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표현하면서도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확인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열차 기관사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밝혔다.

또 다른 승객은 국영방송 TVE에 열차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 뒤 사고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객차가 넘어질 듯 한쪽으로 기울었고 가방과 휴대전화 등 모든 것이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구급차와 의료용 헬리콥터를 투입해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군 긴급대응부대도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여파로 마드리드와 시우다드레알, 안달루시아를 연결하는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사고 현장을 찾아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는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 한 해에 두 차례나 고속철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이날 예정됐던 코파 델 레이 24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월에도 이리요 고속열차가 탈선해 반대편에서 오던 렌페 열차와 충돌하면서 46명이 숨졌다. 불과 9개월 만에 같은 두 철도회사의 고속열차가 다시 대형 사고에 연루되면서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은 약 3900㎞의 고속철도망을 보유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고속철도망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국영 렌페가 독점하던 시장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했으며 이탈리아계 이리요는 2022년부터 현지 운행을 시작했다.

스페인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이용 증가에 맞춰 시설 유지·보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조 측은 이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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