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은 언제 전기를 만들 수 있는가.” 연구 현장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핵융합에너지는 우리 사회가 원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가 원할 때'란 언제일까. 어떤 상황이 사회가 원하는 상황일까. 기존 에너지의 수용성과 공급이 한계에 이를 때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정책적 지원에 대해 구성원 대다수가 기꺼이 동의할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 활용의 급속한 확장이 촉발한 폭발적 전력수요 증가가 세계 에너지 정책과 전략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기존 전력공급의 물리적 한계는 2026~2027년부터 본격화해 2030년에 '전력절벽'의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원전 재가동 계약을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 계약 및 핵융합 전력 구매계약(PPA) 체결 등 자체 무탄소 전력망 확보에 사운을 걸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은 초고밀도 기저 전력원으로서의 핵융합에너지 조기 실현을 국가 에너지 안보와 첨단 산업 생존의 핵심전략으로 인식하고 조기 실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7대 SEED 프로젝트'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핵심 축으로 '미래 청정에너지' 분야에 핵융합과 SMR을 선정,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기반(인프라) 구축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미래 에너지 주권 선점 경쟁에 나섰다.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기반(인프라) 구축 사업은 '한국형 혁신핵융합로' 건설 및 운영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 공학기술과 검증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KSTAR 구축·운영과 ITER 사업 참여를 통해 축적한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역량과 데이터, 핵심부품 개발 성과를 전력생산이 가능한 핵융합 장치 수준으로 고도화하려면 핵융합 장치의 건설 이전에 핵융합 환경과 유사한 가혹한 환경에서 부품·장치 단위 실증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삼중수소 연료 주기, 초고열 대면재 및 증식블랑켓 등의 사전 실증연구 수행을 통해 수조원이 투입될 '한국형 혁신핵융합로' 건설 시 발생이 예측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영국 등 기술 선진국들이 대규모 공학 검증 인프라 시설(FTF, CRAFT 등)을 선제 구축·운영하는 이유는, 전력생산을 위한 핵융합 장치의 성공적 건설에 실증연구가 필수기 때문이다.
구축될 실증기반 인프라는 단순한 연구시설을 넘어 국내 산업계의 기술적 체질을 혁신하는 거대 플랫폼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인프라 구축에 요구되는 초저온, 초고진동, 대용량 전력제어, 대형 초전도 자석 등은 국가 주력산업의 최첨단 기술과 직접 연계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내 기업들이 실증 인프라를 활용해 자사 부품을 실증로급 조건에서 사전 검증함으로써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을 독점할 기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확정한 7대 SEED 프로젝트는 실증기반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핵융합 실증기반 인프라는 7대 SEED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2030년대 전력생산 실증 및 2040년대 상용전력 공급'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는 물리적 토대다. 고위험 공학기술을 사전에 검증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해 정책이 지향하는 '연구실 기술의 상용 산업화'를 완성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건 전력 확보 경쟁에 나선 지금, 2027년부터 가시화될 전력 한계를 넘어 2030년대 전력생산 실증을 수행하고, 2040년대 상용전력망으로 도약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선제적 핵융합 실증연구 인프라 투자가 필수다.
7대 SEED 프로젝트라는 거시 전략과 맞물린 핵융합 실증기반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한국의 미래에너지 및 첨단산업을 세계적 리더로 도약시킬 확실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보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핵융합정책센터장 bskang@kf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