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안국 “美 덕분에 '박물관 테러' 모의한 10대 체포”…이례적 감사 표시

러시아 모스크바 차리치노 박물관·공원. 사진=러시아 모스크바시 홈페이지
러시아 모스크바 차리치노 박물관·공원. 사진=러시아 모스크바시 홈페이지

2년 전 미국의 테러 경고를 무시했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미국의 제보를 받아들여 현지 10대 청소년을 체포했다. 러시아 측이 이례적으로 미국에 감사를 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미국 수사기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모스크바의 차리치노 박물관·공원에서 테러를 계획한 혐의를 받는 10대 러시아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FSB는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다만 용의자의 구체적인 나이와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주러시아 미국대사관은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의 차리치노 박물관·공원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신뢰할 만한 위협 정보를 입수했다며 보안 경보를 발령했다.

FSB에 따르면 체포된 10대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전술복을 입고 자동화기처럼 보이는 물체를 든 사진을 게시했다. 또 차리치노 박물관·공원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장소를 찾았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청소년은 텔레그램에서 신나치주의 관련 채널을 구독하고 과거 테러와 대량살인, 각종 폭력 사건에 관한 검색을 다수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에서는 비비탄을 발사하는 에어소프트건이 발견됐다.

다만 실제 공격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수단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테러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국무부는 해외에서 중대한 위협 정보를 입수하면 관련 국가에 이를 알리는 '경고 의무(Duty to Warn)'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4년 3월에는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모스크바의 콘서트장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장소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러시아 측에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경고를 도발이라고 일축했다. 며칠 뒤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격과 방화를 저질러 140명 넘게 숨졌다. IS는 이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가 미국 측 경고를 수용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미국의 정보 제공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대성당을 겨냥한 테러 계획이 적발되자 푸틴 대통령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이번에도 러시아가 전쟁 전처럼 미국의 테러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 조치를 둘러싸고 미국 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CNN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의 도움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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