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는 많은 계산자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불가능했던 연구를 가능케 합니다. 이를 연구 현장이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인데, 국가슈퍼컴퓨터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합니다.”
그동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국가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온 백서인 고려대 교수의 말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5000개 이상의 촉매 표면을 분석, 이산화탄소(CO₂) 환원 반응에 최적화된 전기 촉매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거둔 그는 국가슈퍼컴퓨터가 '공공 인프라'라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백 교수는 “제가 속한 계산화학 분야는 물론이고 수학, 물리학 연구도 막대한 계산자원 활용은 '스탠다드' 수준”이라며 “그런데 매우 고가인 관련 계산자원 하드웨어(HW)를 자체 구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국가슈퍼컴퓨터가 있어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산업 인공지능(AI), 의료 AI 제품화에 힘쓰는 딥노이드의 박종권 AI선행기술팀장 역시 “우리의 거대언어모델(LLM) 연구는 수백만 장에 달하는 엑스레이 영상자료를 다뤄, 자체 연산자원만으로는 어렵다”며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박 팀장은 이어 누리온 덕분에 흉부 엑스레이 영상물을 이해하고 판독결과도 제시하는 LLM 'M4CXR'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곧 가동할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높은 성능을 호평했다. 백 교수는 “기존에는 HW의 성능 한계 탓에 단순화해 진행하던 연구도, 고성능의 한강을 이용하면 더욱 현실적으로 모사해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더욱 세밀한 촉매 신소재 개발이 이뤄질 수 있어 새로운 국가슈퍼컴퓨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앞으로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에 대한 시각언어 모델 연구를 고려하고 있는데, CT는 데이터량이 기존 흉부 엑스레이보다 수 백배에 달해 판독 난이도도 높고 요구되는 연산량도 훨씬 많다”며 “현 누리온으로는 엄두를 못 낸 부분인데, 한강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여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