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K스타트업, 함께 멀리 가기 위한 '포용의 지혜'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국내 스타트업은 일상의 불편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왔다. 기존 산업이 해결하지 못한 비효율을 기술로 해소하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혁신을 이끌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해 일상에서 빼놓기 어려운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의 성장 과정은 갈등의 역사이기도 했다. 배달앱의 수수료 논쟁과 공정위 제재·불복 소송으로 이어진 쿠팡의 PB·직매입 상품 우대 논란은 플랫폼의 운영 방식이 기존 사업자의 수익성과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한때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필요로 했던 기업이 시장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서면서, 다른 사업자와의 공존과 소비자 편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책임도 커진 것이다.

최근 금융산업에서도 유사한 쟁점이 나타나고 있다. 토스가 포용금융 확대를 내세우며 투자자의 자금을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진출 의사를 표명했다.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플랫폼이 직접 공급자로서 나설 경우 자사 상품 우대나 중개 과정에서 얻은 경쟁사 정보의 부적절한 활용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온투업 시장을 개척해온 중소 업체들과의 경쟁이 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통한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나누는 데 그칠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개별 기업에 대한 찬반으로만 다뤄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경쟁은 혁신의 동력이므로 신규 진입을 막기보다 경쟁의 조건을 살펴야 한다. 큰 기업으로 성장한 플랫폼의 책임은 불공정한 경쟁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기 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자본과 기술, 고객 기반을 갖춘 만큼, 자신의 성장을 넘어 다른 기업도 함께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

선도기업의 성장이 생태계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세일즈포스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개발사와 컨설팅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로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렇게 연결된 기업들이 만드는 경제적 효과를 '세일즈포스 이코노미'라 칭하며, 2022~2028년 AI 기반 생태계가 약 2조달러의 신규 사업 매출과 11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모델이 국내에서도 나오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스타트업의 초기 혁신과 성장 지원에는 관심이 쏠렸지만, 성장한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과 이해상충을 다룰 원칙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갈등이 불거진 뒤에야 기업이 사업 방식을 수정하고 정부가 조정에 나서는 땜질식 대응이 반복되며 사회적 비용도 누적되어 왔다. 지금이라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으로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이는 한편, 선도기업의 자본과 기술, 고객 기반이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로 이어지도록 협력의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명확하고 공정한 원칙은 투자와 협력을 촉진하고, 기업이 기술과 서비스 혁신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경쟁의 성과가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새로운 혁신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때 시장 전체도 성장할 수 있다. 특히 AI 등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선도기업과 협력해 해외 고객을 확보하고 수출 성과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선도기업의 포용적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이 맞물릴 때, K스타트업은 국내 시장의 점유율 경쟁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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