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는 메시지다.” 마셜 매클루언은 기술이 인간의 활동과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주목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AI가 어떤 답을 내놓는지와 함께, 우리가 문제를 발견하고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야 한다. 기술이 넓혀놓은 가능성을 삶의 변화로 연결하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문제의 관점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트너의 '2027년 10대 전략기술 트렌드'는 AI가 언어를 넘어 수치와 음성, 물리적 환경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대형양적모델은 수치 데이터를 다루고, 음성 추론 모델은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며, 월드 모델은 행동의 결과를 모의실험한다. IDC의 '퓨처스케이프 2027'도 AI가 기술 기반과 일의 구조를 다시 쓰는 '대대적인 재편'을 짚는다. 이러한 전망은 AI와 함께라면 처음부터 무엇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을지 묻게 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술의 이름보다 이들이 연결될 때 달라질 사고와 설계의 방식이다.
그 출발점은 사람 중심의 AI다. 사람의 필요와 존엄, 판단과 성장의 기회를 기술의 목표와 평가 기준에 두는 것이다.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에 앞서 누구의 어려움을 해결할지 살피고, 이용자가 결과를 이해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혜택에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 중심이라는 원칙은 문제를 정하는 순간부터 설계와 검증의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
이 방향을 설계에 반영하는 사고방식을 이 글에서는 'AI 네이티브 싱킹(AI-Native Thinking)'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Rethink Problems. Redesign Systems. Redefine Possibilities.”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며,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뜻이다.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넘어, AI를 전제로 문제와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는 사고방식이다.
AI 네이티브는 AI와 데이터 기반을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내재시키는 설계에 초점을 둔다. AI 네이티브 싱킹은 이를 이끄는 질문과 사고 과정에 초점을 둔다. 사람의 필요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AI와 대안을 탐색하며, 근거와 실제 결과를 검증해 다음 판단에 반영한다. AI의 제안에서 빠진 관점을 살피고, 필요하면 처음의 가정과 질문도 바꾸는 과정이다. 이때 AI의 답은 검토할 제안이며,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신소재 개발을 생각해보자. 연구자는 필요한 성능과 안전 기준을 정하는 단계부터 AI를 활용해 후보 물질과 실험 조건을 탐색한다. 실제 시험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후보뿐 아니라 개발 방향도 다시 살핀다. 생활 서비스에서는 주민이 신청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 AI와 여러 이용 경로를 비교한 뒤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의 가능성과 사람의 경험이 함께 설계의 근거가 된다. 구현 단계에서는 필요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사람이 판단하거나 개입할 지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람의 배움도 중요하다. MIT 산업성과센터의 2026년 '휴먼 인 더 루프' 연구는 AI가 학습을 도울 가능성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고도 지식이 남지 않을 위험을 짚었다. 결과를 빠르게 얻어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자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AI 네이티브 싱킹에는 질문하고 근거를 비교하며 자신의 이해를 넓히는 경험이 포함돼야 한다. AI의 도움으로 얻은 결과를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2027년의 기술 전망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다. 사람 중심의 AI는 그 미래의 지향점을 정하고, AI 네이티브 싱킹은 그 지향점을 따라 사고하고 설계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필요에서 출발해 처음부터 AI와 함께 가능성을 탐색하고, 검증과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가는 것. 이러한 사고전환이 산업의 혁신과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