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리콘 글렌, 활성화 안간힘

한때 세계 제 2의 실리콘밸리로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하던 스코틀 랜드의 실리콘 글렌(Silicon Glen)이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영국글래스고와 에든버러지역의 폭 1백10km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중심으로 첨단전자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는 실리콘글렌이 80년대말부터 성장을 멈추면서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내고 있다. 이는 1차적 설립목표였던 통합유럽시장의 교두보역할이 현재 세계전자시장에 거세게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 으로 대처할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0년전부터영국 정부가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부 지원을 내세워적극 조성한 이 산업단지가 자력성장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이 지역이 스코틀 랜드 전체 수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영국 정부에게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평균 16.5%의 신장률을 보이던 이 지역산업이 지난 89년부터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미IBM,컴팩 컴퓨터, 모토롤러, 디지틀 이퀴프먼트사(DEC)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인력수급 및 임금이 여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 지역을 유럽시장의 교두보로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특징은 실리콘글렌에서 연구개 발이나 마키팅 활동은 하지 않고 조립생산에만 주력해 왔다. 물론 NCR, 휴렛팩커드 HP 등의 일부 업체는 이 지역공장을 연구개발 및 판매의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일부 다국적기업은 현지 스코틀랜드기업으로부터 부품조달 및 하청계약 을 맺고 있으나 전체 계약규모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지 기업 들의 부품공급능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편에 속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아니라싱가포르나 아일랜드와 달리 정부가 특정기업에 대해 중점적으로지원하는 사업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일례로 SW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SW산업을 육성해 이에 대처해야 하나 실리콘글렌지역은 하드웨어분야에만 무게중심을 두고있는 상황이다.

또실리콘 글렌지역 연구기관이나 기업 및 벤처자본등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 시켜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넷워크가 없다는 점도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2년 10월 30여 다국적 기업 및 현지업체들이 업체간 협력강화를 목적으로 SEF(스코티시 일렉트로닉 스 포럼)을 결성 했으나 그나마 서로의 지향목표가 달라 제기능을 발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이지역 전자업계의 구조적인 결함외에 기업의 활동을 지원 하는 기업 환경도 별로 좋지 못하다. 통신, 수송등의 사회간접자본이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낙후된데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에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새로 부상하고 있는 동유럽지역도 실리콘 글렌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현재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영국정부의 정책변화라 하겠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기업 유치를 위해 다국적기업에게 금융지원등의 각종 조건을 내세웠 지만 실제 기업활동에 필요한 R&D비용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 여서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현지에 뿌리를 내리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이다. 실리콘 글렌은 90년대 들어 전자산업의 신예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지역 기업에 대한 유치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들 의 관심을 끌지는 미지수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