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컬럼> 인공지능(AI)과 발명

IBM `왓슨`과 구글 `알파고` 등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상당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AI 활용으로 향후 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고객 취향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업무를 AI로 대체했다. 중국 에어컨 제조회사인 미데아도 AI 로봇 도입으로 직원 1만명을 줄일 방침이다.

이준석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이준석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극단적인 시각은 문제가 있다. 저명한 AI학자인 한스 모라벡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는 `모라벡의 모순(Moravec`s Paradox)`이라는 말로 인공지능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지능검사나 체스 게임에서 어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지각이나 이동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 수준의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들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I는 인간이 어려워하는 수학 계산이나 논리 분석을 오류 없이 해내는데 반해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인지적 측면의 일들은 잘 해내지 못 한다는 의미다. 사람 얼굴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인지, 지각, 보행 등은 우리에게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일이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지능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AI는 딥러닝을 통한 학습된 능력범위 안에서만 답을 찾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나 돌발상황에서는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세돌은 4국에서 78수로 알파고를 제압했다. 이세돌은 알파고가 1만분의 1 미만 확률로 예측했던 자리에 `신의 한 수`를 두었고, 그 순간 알파고가 했던 학습된 수읽기 능력은 쓸모없게 돼버렸다. 인간 뇌는 AI와는 달리 학습을 통해 체득한 역량 이상의 답까지 생각해낼 수 있다.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 바로 창의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발명을 할 수 있을까? 발명은 과학을 기초로 창의성을 더해 세상에 없던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즉 좌뇌가 관장하는 과학적 사고와 예술성·창의성을 담당하는 우뇌적 사고가 동시에 필요하다. 또한 발명은 `휴머니즘`적 성격을 지닌다. 발명 저변에는 인류애가 깔려 있다.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현재 불편함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열망이 표출된 것이다. 인간은 동기, 열정, 사회공헌 욕구로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창조물을 발명하고 인류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AI는 학습능력으로는 인간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인간 창의성, 타인에 대한 사랑, 열정을 흉내 내는 것은 어렵다. 이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발명가를 대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것이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 짓는 기준이며, 인간이 인공지능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준다. 앞으로 미래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은 예술, 혁신, 발명 등 새로운 창조영역을 더욱 많이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창조 능력을 발휘하는데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써 사용할 수 있다. 발명가가 그동안의 도구를 대체할 첨단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발명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고 발명 영역도 확장될 것이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는데 2000번 이상 실패를 겪었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에디슨이 반복해야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전에는 모든 세세한 조건을 지정해야 했다면 앞으로 그런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된 4차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이에 걸맞은 인재를 요구한다. 미래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재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AI로 대체 가능한 뇌 영역만을 발전시키는 교육이 아닌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 인성과 감성을 토대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은 당분간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학습 이상의 능력, A에서 B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상식을 깨는 기발한 발상과 예측을 뛰어넘는 창의성. 이 모든 것을 내포한 `발명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오늘보다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완벽한 전략이 아닐까.

이준석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 jslee6044@kipa.org